가나아트센터 ‘정재규 개인전 조형 사진-일어서는 빛’ 3월 4일까지

만 레이-마르셀 뒤샹, 2010, Photo, kraft paper, weaving, 140x100cm.(사진=가나아트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가나아트센터는 조형사진작가 정재규의 개인전을 2일부터 3월 4일까지 연다.

197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정재규 작가는 1977년 제10회 파리비엔날레 참여를 계기로 그 이듬해인 1978년부터 40여 년간 파리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는 1980년대에는 파리 1대학에서 수학하며 러시아 전위 미술 운동가인 말레비치의 절대주의(Suprematism)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화 등 서양 미술이론 연구에 전념했으며 1990년 초부터 이론 연구를 뒤로 하고 본격적인 조형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정재규는 사진을 주요 매체로 한 새로운 시지각(視知覺) 조형 장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사물이나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진의 국한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지각 대상으로서의 사진적 체험에 기반한 ‘조형사진’을 선보여 왔다.

그는 사진의 복제가능성과 복수성을 부정하고 순간성과 기록성이라는 정체성을 해체해 사진 속 이미지가 전달하는 메시지나 사건에서 불러일으키는 문학적 상상력 보다는 이미지가 가지는 시공간 구조의 지각화에 집중한다.

정재규는 한국의 고건축이나 조형물 예를 들어 경주 불국사의 극락전, 대웅전, 석가탑, 다보탑, 돌사자상 등을 찍은 사진들을 자르고 재배열해 추상적이고 구성적인 화면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이미지 분절과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그는 시공간적 제한으로 인한 사진의 고정된 시각을 탈피한 새로운 사진언어를 제시한다.

경주 무두석불, 1996, Photo, cutting, 122x275cm.(사진=가나아트 제공)

사진을 찍고 인화한 이미지들을 자르고 조합하는 행위는 화면 속 정해진 시공간의 이미지뿐만 아닌, 작가의 사적인 기억과 역사적 사건이 개입된 ‘시간의 올짜기’라고 할 수 있다.

포장용 크래프트지 위에 동양의 수묵 기법으로 선을 그린 작업은 중국 명청대의 화가 팔대산인(八大山人, 1626-1705)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작가는 크래프트지 위에 수묵작업과 함께 복제된 이미지를 자르고 붙여 다양한 기호들을 조합해 미술사를 재해석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만 레이 등 서양 미술가들의 작품을 주제로 사진과 크래프트지를 5~10mm 폭의 띠로 잘라 직조하듯 구성하는 올짜기 기법의 조형사진작품 그리고 막대기의 긴 면에 동일한 너비로 자른 사진 이미지를 부착해 사진의 본래 이미지를 해체하고 변형시킨 설치 및 모빌 작품 등을 선보이며 미술사적 맥락 안에서 새롭게 시간과 공간을 해석한다.

이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지각으로서의 사진 언어를 새로이 구축한다. 기계적 이미지들의 극단적 이용 및 실리주의와는 대칭되는 미학적이며 지각적인 사진의 위상을 찾고 이러한 조형사진을 통해 인간과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한다.

가나아트 측은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을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작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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