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재·검사 앞세워 자존심 회복 가능성↑…하나금융, '상처뿐인 영광'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스1)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하나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이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가운데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시각이 조금 우세하다. 

다만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전날부터 차기 회장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변이 없으면 회추위는 이날 쇼트리스트를 발표하게 된다.

쇼트리스트 명단에는 현직 회장인 김정태 회장의 이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이 아주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이미 힘겨루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다른 사람이 후보에 오를 경우 관치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금감원의 입장을 퇴대한 존중해가면서 우리의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회추위원들이 책임지고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에 지배구조에 대한 자율시정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지난 12일에는 하나금융이 채용비리, 벤처 기업 아이카이스트에 특혜 대출을 해준 의혹이 있다며 회추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날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서는 안된다는 우월의식에 젖어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란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압박은 '관치논란'으로 비화됐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관치하지 않겠다. 과거와는 다르게 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압박이 관치 논란만 부추겼다"며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해 더 단단히 뭉치는 계기만 만들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한달이나 앞당긴 회추위 일정도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5년 김 회장이 첫 연임할 당시 회추위는 2월 중순이 넘어서야 그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회장 후보로 낙점될 경우 이미 종료됐다는 인식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교체가 어려워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20일 정도 일찍 회추위를 열어 일찌감치 윤종규 회장을 최종 후보로 올려뒀다. 

그 영향으로 윤 회장은 금융당국이나 국회 등 외부에서 셀프 연임, 깜깜이 절차라는 비판이 터져나왔음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 회추위의 빠른 후보 선임 일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 회장은 국정논단 장본인인 최순실 씨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김 회장은 지난 9월 최씨의 재판에서 이상화 전 글로벌영업2본부장 인사에 일부 개입했음을 인정했다. 다음달 최씨의 선고가 확정될 경우 김 회장의 증언은 판결문에 공식적으로 기록된다.

앞서 언급됐던 아이카이스트 20억원 특혜 대출 의혹도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정윤회씨 동생 정민회씨가 싱가포르 법인장으로 근무한 곳이다.

하지만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 그의 후보 자격 상실 등은 논란에 그치고 있다. 김 회장이 최종 후보에 오를 경우 이 같은 논란으로 흔들기는 역부족이다.

다만 최종 후보 선임 전 검찰 조사 등이 진행된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후보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혐의와 무관하게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채용비리 등 검사 결과가 빠르게 날 경우 김 회장의 3연임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났지만 향후 제재를 앞세워 하나금융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해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으려 할 수 있다"며 "김 회장의 연임으로 인해 하나금융은 상처뿐인 영광만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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