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의 칼맛이 제대로 담긴 작품…작품 속 단어 찾는 재미도 있어

▲ 유갑규 작가.(사진=장해순 기자)

“본질은 그대로인데 계절이 변하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폭포인데도 인간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존재란 점이 저에게는 매력적 이였어요.”

빙폭을 소재로 우리 삶의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 하는 유갑규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역삼동 갤러리 엘르에서 열렸다.

전시장에서 만난 유갑규 작가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7년 동안 ‘빙폭타다’ 시리즈로 작업을 해 왔다고 한다.

“폭포는 늘 한결같아요. 그 변함없는 모습이 정말 좋았죠.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같고 장마철이나 갈수기가 아닌 이상 계속해서 일정하게 수량을 유지하면서 흐르는 것이 중도(中道)를 지키는 듯 했죠. 단단한 바위를 깎아내며 자신의 길을 확보하는 점은 마치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과도 같다고 느꼈어요. 이런 생각 때문에 폭포를 소재로 작업을 했어요.”

그는 폭포가 마치 우리 인생과도 많이 닮아있음을 얘기했다. 무엇보다 빙폭(氷瀑)에 매료되고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 유갑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엘르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장해순 기자)

“작업을 하다 보니 폭포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감정은 매우 야성적이어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듯 남에게 일부러 투정부리는 듯 느끼게 됐어요. 그러던 중 TV를 보는데 빙폭을 오르는 사람들이 나왔죠. 갑자기 이때 폭포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빙폭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은 두려움보다는 스릴을 즐기는 듯 또는 등산을 하며 자연과 같이 호흡하는 상쾌함을 보였어요. 이때부터 빙폭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작업을 생각하게 됐어요.”

빙폭 작품은 동양화 재료들로 그리는데 마치 판화가 연상되는 듯 독특함을 보인다. 그는 목판화를 좋아해서 목판화의 느낌이 나도록 밑그림을 그릴때 연필로 장지(동양화 종이)에 꾹꾹 눌러 그린다. 이어 오목하게 된 자리에 먹으로 먹선을 그리고 빙폭을 목판화의 칼맛이 나게 작은 붓으로 날카롭게 그린다. 빙폭묘사가 끝난 후에 마위 및 나머지 부분을 동양화 물감으로 색을 올린다.

특히 작품을 잘 보면 빙폭을 묘사할 때 ‘사랑’ ‘긍정’ ‘능동’ ‘희망’ 같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덕목이나 긍정적인 단어들이 숨어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그는 실제 존재하는 경기도와 강원도 인근의 구곡폭포를 바탕으로 변형시켜서 그린다고 한다.

“빙폭을 묘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큰 작업은 약 12일 정도 걸리기도 해요. 손목과 눈이 아플 정도죠. 빙폭이라는 소재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어요. 시간 변화에 따라 쉼 없이 변화해요. 이러한 점은 빙폭이 단순한 무생물이 아닌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 여겨지게 하죠. 우리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변화하기 때문이에요.”

▲ 빙폭타다(climbing a frozen waterfall), 장지에 수묵담채, 109x167cm.

그는 빙폭이라는 것이 한 번에 언 것이 아니고 녹았다가 얼고 또 녹았다 어는 반복된 과정에 의한 완성의 모습이 자기 자신이 세운 목표인 이상형을 이루기 위해 실패도 해보고 그 실패나 꾸지람, 배움을 통해 더 단단하게 완성 되가는 모습으로 치환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은유적으로 빙폭은 우리 인생의 장애물과도 같아 빙폭 등반은 인생이라는 여정 자체가 아닐까 해요. 계속 오르다보면 끝이 있고 진정 자신이 뭘 해냈다는 보람이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은 언제 깨질지도 모르는 빙폭을 오르죠.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요. 그럼에도 희망과 용기를 갖고 각자의 삶 속 정상을 만들어가며 살아가죠. 빙폭을 통해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빙폭작업을 자신의 일기 그리고 거울로 생각하기에 작업을 계속 이어 가겠다는 그는 빙폭 말고도 살아가며 느껴지는 감정이나 상황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의 삶과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싸우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유갑규 작가의 개인전 ‘빙폭지유(氷瀑之遊)’전은 갤러리 엘르에서 18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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