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내방객 없어 도용 하거나 고객 가족 모두 서명해달라 부탁해"

농협은행 ⓒ미래경제 DB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최근 농협이 진행한 1000만 서명운동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100여명 규모의 할당이 떨어졌고, 이 때문에 개인정보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본인 동의 없이 서명을 도용하는 등의 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서명운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두켐페인을 시작했다.

이 서명운동은 내년 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농업인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의 주도로 마련됐다.

NH농협은행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1인당 100명씩 서명을 받아오라는 할당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어들고, 그 마저도 같은 사람이 계속 방문하고 있어 할당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자 직원들은 지인의 서명을 도용하거나 허위로 서명을 작성하는 등 부당행위를 저질렀다.

한 관계자는 "친인척들을 모두 동원해도 목표를 채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허위로 작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명을 받을 때 당사자 한 사람만이 아닌 배우자, 부모, 자녀 등 관계된 모든 사람의 서명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농업가치 헌법 반영 1천만명 서명 달성 보고 및 범국민 공감운동 확산 결의대회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오른쪽 다섯번째) 및 임직원들이 농업가치 공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농협이 추구한 농업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과정에 문제가 있는만큼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국정교과서 찬성' 서명 운동도 서명지들이 조작된 흔적이 발견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은 농협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예민한 개인정보를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서명운동은 농업 가치를 헌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채우라고 압박하지 않았고, 강제로 받아오라고 지시한 일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서명지에 기재된 개인정보도 이름과 연락처, 주소, 응원메시지 정도에 불과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은 지난달 30일 1000만명 서명운동 목표를 불과 한 달만에 달성했고, 이를 자축하는 기념행사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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