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주 35시간제’ 실시…재계, 취지와 방향성 공감하지만 현실성 등 우려

신세계그룹이 ‘임금이 줄지않는’ 근로시간 단축인 주 35시간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까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경 중인 관광객.(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신세계로부터 촉발된 근무시간 단축이 유통업계를 넘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까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다수의 대기업들은 환영하면서도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면서 확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제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대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대기업들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고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에 대한 노력을 이어왔다.

신세계그룹은 대기업 최초로 ‘임금이 줄지않는’ 근로시간 단축인 주 35시간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신세계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일 8시간 근무에서 7시간 근무체제로 전환한다. 임직원들이 ‘휴식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자는 취지다.

주 35시간제는 모든 계열사에시 시행하며 본사 근무자와 점포 근무자 구분 없이 적용된다. 주 35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신세계 임직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에 맞춰 근무한다.

신세계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큰 특징은 임금의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점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임금의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으로의 구조혁신 정책은 신세계가 지난 2년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현재 백화점, 카드, 홈쇼핑 등 19개에서 운영 중인 ‘PC오프 (PC-OFF)’ 제도를 전 계열사에 내년부터 일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PC오프제는 퇴근시간 30분 이후 및 휴무일에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제도다.

여기에 초과근로에 대해 임금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업무시간 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지시 금지를 골자로 하는 ‘모바일 오프’(Mobile OFF) 제도도 내년 중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유통업계 첫 2시간 단위로 연차(年次)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를 도입했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 합리적인 연차 사용을 장려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선순환적 기업문화를 정착시켜나가겠다는 취지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직원이나 임산부 직원, 결혼을 앞둔 미혼 직원들의 2시간 휴가 사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J그룹도 다양한 휴가 제도를 도입해 조직원들의 일·가정양립 실현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5년마다 최대 한달 간 재충전과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5년, 10년, 15년, 20년 등 5년마다 4주간의 휴가를 낼 수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50만~500만원의 휴가비를 지급한다.

자녀를 둔 CJ 임직원은 부모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다. 남녀에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달 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다만 유통업계에서 시작된 근로시간 단축 분위기가 제조업 등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경우 생산성 하락이나 근로자 소득감소 등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운영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국회를 찾아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 산업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직면한 현실이 다양하고 부담이 큰 이유를 들고 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부담이나 생산성 문제 등 기업의 상황에 맞는 탄력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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