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유일 뉴욕 지점 때문에 볼커룰 적용…미국 금융시장 IB거래 참여 불가능

NH농협은행이 NH투자증권의 IB행보에 발목을 접을 것으로 전망된다. / 농협은행 본점.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NH농협은행 지점 단 한 곳이 NH투자증권의 글로벌IB 행보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볼커룰(Volcker rule) 규제로 인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은행과 그 계열사가 자기자본으로 채권이나 외환, 주식매매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것이 볼커룰 규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NH농협은행이 미국 뉴욕에 지점을 내고 있어 은행 계열사로 분류돼 볼커룰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기업공개(IPO)와 기업 인수·합병(M&A), 여신 제공 등 투자금융(IB)과 같은 대형 거래는 할 수 없다. 기껏해야 중개나 투자자문 정도만 한 뒤 수수료를 받아챙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IB시장은 움직이는 자산 규모가 월등히 크고, 다양한 거래가 이뤄진다"며 "미국 시장에서 거래를 성사한 경력(트랙레코드)이 있어야 시장에서 신뢰를 받게 되고 글로벌IB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증시 규모는 전세계 증시의 40%나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5월말 기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시가총액은 각각 20조3884억달러, 8조8279억달러로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인 71조8543억달러의 40.66%를 차지한다.

미국 증시는 많은 돈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또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미국 뉴욕법인 자산을 지난 3분기말 기준 22조원 규모로 늘리고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올해 초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본격 영업에 나섰다. 과거 대우증권이 산업은행 자회사로 있을 당시 준비에 그쳤던 걸 이어받은 것이다.

PBS는 헤지펀드를 상대로 신용 제공, 컨설팅, 증권 대차 등 전문적인 요구를 한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직접투자로 분류돼 대우증권은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도 PBS 시장이 형성돼있지만 전체 규모는 10조원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이 아무리 국내 초대형IB로 성장하더라도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문제는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이라면 모두 맞딱뜨리게 된다.

당장 금융위원회에서 초대형IB인가를 기다리는 KB증권도 KB국민은행이 미국에 지점을 두고 있어 볼커룰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홍콩이나 동남아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중이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 글로벌IB와의 경쟁을 피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의 경우 딜 규모도 작고 위험부담도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 특히 신흥시장의 트랙레코드는 규모가 큰 딜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법인의 자본을 활용해 직접 거래 하는 모습을 보여야 시장 영향력이 생기고 다음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며 "현지에서 중개업만 하는 정도로는 딜에 참여가 불가능할 뿐더러 누구와도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NH농협은행 등은 볼커룰에 대해 아무런 대응 준비가 되지 않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볼커룰은 지점 하나만 있어도 적용된다"면서도 "은행 지점도 현지 라이센스 취득이 어려워 철수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최근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1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내야할 형편이다.

농협 뉴욕 지점의 지난해 수익은 67억원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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