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주택 대출 상품으로 시험대 올라…무리한 영토확장 우려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주택대출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주택대출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2월 은행 지점 방문 없이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우선 권리 관계가 명확하게 등기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먼저 대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택 매매시 이뤄지는 담보대출은 시장 상황에 따라 출시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전세나 월세의 보증금을 대출하는 상품을 내년 1분기 내놓을 예정이다. 이 상품은 담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거쳐야 대출받을 수 있다.

주택대출과 관련한 두 은행의 전략은 크게 갈렸다.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들이 해온 방식을 따라가면서 시장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 명확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일도 거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8%로 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 중 가장 위험이 낮다.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지만 은행을 방문할 수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모바일 대출을 요구하는 하는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 대출은 자산 확보보다는 고객 확보에 주안점을 뒀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대출을 이용한 고객 42%는 30대다. 40대도 30%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30대의 전·월세 비율은 75.3%, 40대는 58.3%를 기록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전·월세 보증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향후 주택담보대출 고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포커스를 젊은 중서민층에 맞춰 전·월세 보증금대출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전·월세 대출은 은행 상품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으면 어지간한 은행 대출은 모두 구현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왼쪽)와 심성훈 케이뱅크은행 대표이사. (사진=뉴스1)

두 은행의 주택대출상품 성패는 시장의 금리 인상과 고객 리스크 관리에 달려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24%를 기록했다. 정부의 가산금리 인상 제동에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하는 등 주춤했지만 상승 여력은 여전하다.

케이뱅크의 경우 시중은행들과 동일한 주택담보대출로 경쟁하는 만큼 금리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이점이 있어야 하는데 금리 상승기에는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BIS비율 등 각종 금융규제를 무시한 채 무작정 금리를 낮춰 고객을 확보할 수도 없다.

카카오뱅크의 보증금대출은 고객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다.

보증금대출의 경우 실제 거주 확인이 돼야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모든 서류가 비대면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 헛점을 이용해 대출사기가 벌어질 경우 신뢰도가 떨어지거니와 더 이상 대출상품을 운용할 수도 없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상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대내·외 시선에 밀려 시기나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주택대출상품을 출시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번 대출 상품 출시로 인터넷은행은 시험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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