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담긴 비자금에 과세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차명계좌 처리 계획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계좌인출, 해지, 전환 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당시 금감원 검사를 받은 금융기관들이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며 그동안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던 종합편람, 업무해설 일관성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실명법 5조 '비실명자산 소득에 관한 차등 과세' 항목에 따르면 차명계좌 개설일 이후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90%(지방세 포함시 99%)의 세금을 부과하게 돼있다.

앞서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 회장의 비자금은 1000여개의 계좌에 총 4조5373억원을 숨긴 사실을 찾아냈다.

삼성은 이 재산을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고 세금을 내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모두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금융위가 금융실명제법 제5조에 대해 "차명계좌 명의가 가상의 인물이 아닌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을 한 명의이므로 특정인의 비실명 자산이 아니다"라며 실명전환 대상 계좌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해줬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감원 검사 결과 2008년 특검측이 요구한 이 회장의 1199개 계좌 중 2개는 중복계좌였고, 나머지 1197개 중 176개는 검사 당시 위법사실이 발견되지 않은 계좌였다.

남은 1021개 중 1001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계좌로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대상이 아니고, 금융실명제 시행 전 개설 계좌 20개는 실명으로 개설됐거나 가명으로 개설 후 실명전환의무 기간 내 이미 실명전환이 완료됐다.

금융위는 이날 유권해석 정비에 대해 "사후 객관적 증거로 확인된 차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원칙을 유지해왔고 관련한 다수의 유권해석이 있다"며 삼성 특혜라는 지적에 따른 '입장바꾸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 차명재산의 이자·배당 소득에 90% 세금을 매기면 추가로 내야할 세금은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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