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실화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연극-영화 등 화제

연극 '엠. 버터플라이' 뮤지컬 '타이타닉' 영화 '택시운전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사진=각 작품 포스터)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최근 실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 평론가는 “드라마틱한 실화에는 논리적 허점이 존재하며 그 허점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면서 매우 촘촘한 드라마가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충격적인 드라마의 근거가 실화라는 점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품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하거나 인물의 심리에 주목하는 등 공감대와 흥미를 유발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 M. Butterfly’(이하 <엠. 버터플라이>)는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前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이 사건은 스파이 사건 자체보다 ‘버나드 브루시코’가 20년 동안 여자로 알고 사랑했던 연인이 남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014년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소개될 정도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 서양이 동양에 대해 특히 동양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 등을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까지 폭넓게 다뤘다.

국내에서는 2012년 ‘연극열전4’ 두 번째 작품으로 초연을 선보여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2014년과 2015년 두 번의 성공적인 앵콜 공연을 올리며 ‘연극열전’ 시리즈의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9월 9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엠. 버터플라이’는 원작이 가지고 있던 주제를 기반으로 당시 실존 인물들의 삶을 심도 깊게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와 욕망에 대해 접근, 각자의 욕망에 사로잡힌 두 인물의 모습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펼쳐낸다.

11월 국내 초연을 앞둔 뮤지컬 ‘타이타닉’은 1912년 4월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출항해 뉴욕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타이타닉 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첫 승선하는 영광을 누린 인물들의 설렘부터 예상치 못한 비극과 마주하게 된 순간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1985년 타이타닉 호의 선체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발표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이 실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됐다.

극작가 ‘피터 스톤’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탄생시킨 뮤지컬 ‘타이타닉’은 영화보다 실화에 초점을 맞췄으며 2200명의 탑승객을 태운 타이타닉 호가 항구를 떠나 침몰하기까지 5일 간의 여정 속에서 발견되는 사랑, 희생과 용기를 다룬다. 국내 초연 뮤지컬 ‘타이타닉’은 11월 10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영화로 지난 8월 개봉 이후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18일 광주항쟁 당시의 참혹한 현장을 사진에 담아 같은 해 9월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최초 보도한 독일인 기자 피터(위르겐 힌츠페터)의 생생한 경험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한 남자가 통금 전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독일인 기자와 택시기사 등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참혹한 역사를 바라보았다. 이는 시대의 비극을 진정성있게 다룸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 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인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수상소감에서 ‘용감한 한국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에게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2007년 2월, 미 하원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데 결정적 진술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의 가슴 아픈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14년 CJ문화재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잔혹한 역사와 피해자의 아픔을 정공법으로 보여주는 대신 주인공의 삶의 태도를 통해 유쾌한 웃음을 무기로 내세우며 오히려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흥행 돌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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