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참여로 막판 뒤집기 성공…내년 3월까지 인수 마무리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우여곡절 끝에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자로 최종 선정됐다. 지난 2월 입찰 제안서 접수를 시작한지 7개월 만이다.

20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열고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선정했다.

인수가는 2조엔으로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양도한 뒤 3505억엔(약 3조56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한미일 연합은 향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와 사채형 우선주 등을 취득하게 된다.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에도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협상을 진행하는 등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인 도시바는 결국 최종 인수자로 한미일 연합을 선택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인수전 막판 애플의 한미일 연합 참여가 도시바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애플이 큰 비중을 맡으면서 한미일 연합으로 승기가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중 30% 이상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협상 과정에서 WD가 도시바메모리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앞으로 도시바의 칩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WD(웨스턴디지털)과 벌이고 있는 법적 분쟁의 결과에 관계 없이 매각을 실시할 계획이다. WD는 미국 법원과 국제중재재판소에 각각 매각을 중지해 달라고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도시바는 내년 3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도시바 지분 인수를 위한 제안서르 제출한 뒤 7개월 만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3월말 진행된 예비 입찰과 5월 진행된 2차 입찰에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참여했다.

그 뒤 SK하이닉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함께 한미일 연합을 구성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승부수가 맞아떨어지면서 한미일 연합은 브로드컴 컨소시엄을 제치고 6월2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르면 6월말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WD가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각각 매각을 중지시켜달라고 제소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인데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지분을 일정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8월말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면서 WD와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신 미일 연합'과 협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뒤 도시바가 신 미일 연합에 독점협상권 부여를 검토하는 등 한미일 연합의 인수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으로 분석됐지만 애플이 참여하면서 판도가 다시 한번 뒤집혔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최종 계약서 체결까지 신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번복되는 등 복잡하게 인수전이 진행된 만큼 앞으로 또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