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업체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책임이 법정에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18일 상장폐지된 코스닥 업체 ‘포휴먼’의 투자자 137명이 회사 대표 이모씨과 삼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 등은 모두 384억원을 지급하고 이 중 140억원은 삼일회계법인이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은 사업보고서 뿐만 아니라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등을 종합해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은 분식회계를 의심할 합리적인 정황이 있었는데도 심층적인 감사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포휴먼과 자회사의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분식회계 사실을 적발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배상액 책임은 30%로 한정했다.

이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포휴먼에 16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세금계산서 등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414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처럼 꾸몄고, 이 기간 회계감사를 벌인 삼일회계법인은 2009년과 2010년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냈다.

주식이 급락하던 포휴먼은 2011년 3월 사업보고서 등 감사절차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이 거절됐고, 결국 포휴먼은 같은 해 4월 상장폐지됐다.

이에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벌인 회사 임원들 뿐만 아니라 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삼일회계법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석 기자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