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4세들, 교차 보유했던 LG-희성 계열사 순차적 지분 정리

LG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범LG가(家) 3세들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며 후계 구도 정리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 등 4형제는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손자로 오너가 3세로 일컬어진다.

현재 LG그룹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으며, 희성그룹은 2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4남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함께 이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범LG가 3세에 이어 4세들도 교차해 갖고 있었던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잇달아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 4세들은 각각 LG그룹 계열사와 희성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교차해서 갖고 있었는데, 해당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재계에서는 LG그룹과 희성그룹이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동시에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구본식 부회장의 장녀인 연승(33)씨와 차녀 연진(31)씨, 장남 웅모(28)씨는 올해 7월부터 지난주까지 보유하고 있던 ㈜LG 주식 총 89만1427주와 LG상사 주식 총 38만3050주를 순차적으로 모두 매각했다.

이중 웅모 씨가 ㈜LG 주식 62만3190주, LG상사 주식 25만7173주를 대량 매각하며 가장 많았다. 연승 씨는 ㈜LG 주식 26만3147주, LG상사 주식 8만8426주를 팔았다. 연진 씨는 ㈜LG 주식 5090주, LG상사 주식 3만7451주를 내놨다. 이들은 이번 ㈜LG와 LG상사 지분 매각을 통해 총 800억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사진=뉴스1)

구본능, 희성 계열사 지분 전량 매각…동생에 힘 실어줘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LG 상무는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주요주주로 있는 희성금속 주식 1만8537주(3.02%)를 최근 약 71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구 상무는 2004년 양자로 입적되기 전부터 희성금속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범LG가 4세들이 본인과 관계없는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분 매각으로 다량의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자사 지분을 매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범LG가 3세 형제들도 회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구본능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희성금속 지분 28%와 희성정밀 지분 43.32%를 이달 6일 삼보이엔씨에 매각했다. 삼보이엔씨는 구본능 회장 외에 다른 특수관계인 지분도 사들여 희성금속 지분 33%, 희성정밀 지분 61.2%를 확보했다.

이로써 ‘구본능·구본식·구웅모→희성전자→희성폴리머·삼보이엔씨·희성소재·희성화학’ 순이던 지배구조가 삼보이엔씨→희성금속·희성정밀로 변경됐다. 구본식 부회장은 희성금속 지분 14.5%, 희성정밀 지분 38.82%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사진=뉴스1)

구본식, 희성전자·삼보이엔씨 지분 확보로 영향력 확대

구본능 회장의 희성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형이 동생 일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희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희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42.1%를 가진 구본능 회장이지만, 구본식 부회장과 아들인 웅모 씨가 각각 29.4%, 13.5%씩 총 42.9%를 갖고 있어 사실상 최대주주는 구본식 부회장 일가인 셈이다.

실제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과 희성정밀 주식을 삼보이엔씨로 매각하면서 구본식 부회장은 희성전자, 삼보이엔씨를 통해 영향력이 커지며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됐다. 구본식 부회장은 삼보이엔씨 상근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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