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삭제" 결론…문재인 등 참여정부 인사 불기소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논란과 관련해 “회의록은 참여정부 인사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폐기, 이관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15일 회의록 미이관 및 삭제에 깊이 관여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임의로 회의록을 수정·폐기하고,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대신 봉하마을로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4개월여 동안 광범위한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상회담 회의록 생산 과정에서 임의로 수정·삭제가 이뤄지고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을 정식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또한 회의록 생산과 이관 등에 관여한 참여정부 인사 20여명을 소환했지만 회의록 초본 삭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판단, 기소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정상회담준비위원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조 전 비서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등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에 따르면 회의록은 2007년 10월9일 조 전 비서관이 e지원시스템을 통해 보고했고, 백 전 실장의 중간 결재를 거쳐 10월21일 노 전 대통령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회의록을 수정·변경해 1급비밀 형태의 회의록 문건을 작성했고 회의록은 2007년 12월 말〜2008년 1월 초 사이에 백 전 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 회의록을 국정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되 e지원시스템에 보관된 회의록 파일은 삭제하고 청와대에 회의록을 남겨두지 말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를 받은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2008년 1월2일 국정원에 회의록 사본과 함께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 국정원에서 회의록을 1급비밀로 생산하는데 참고토록 했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 문건을 문서파쇄기로 파쇄하고, 이미 결재돼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은 e지원시스템 관리부서인 업무혁신비서관실을 통해 삭제·파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조 전 비서관은 회의록 파일을 삭제하고 회의록 문건을 파쇄한 행위에 대해 모두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정상적으로 이관하지 않고 봉하마을로 유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 및 ‘봉하e지원’ 제작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은 당시 업무혁신비서관실의 협조로 e지원시스템에 접속, ‘메모보고’에 수정·변경된 회의록 파일을 첨부·등재한 후 ‘봉하e지원’에 복제돼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하고 파쇄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비록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무단 삭제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생산, 보존해야 할 책임자들임에도 회의록 파기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했다”며 사법처리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문 의원이 회의록 삭제 또는 봉하e지원을 통한 회의록 유출에 관여했음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관련자들의 경우 실무적인 차원에서 삭제 행위에 가담한 점 등을 감안해 별도로 입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7월25일 성명 불상자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8월16일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하고 755만건의 기록물 열람 및 사본을 분석했다.

김이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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