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시장 실적 악화 지속…통상임금·노조 파업 등 겹악재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면서 "올해는 현대차 창립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질적 성장을 통해 미래 50년을 향한 재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차 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판매 감소는 물론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으로 해외 판매에 제동이 걸렸고, 가장 큰 이슈인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다 노조의 파업까지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 美‧中 빅2 부진 지속 해외 판매 비상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이 발표한 7월 판매 현황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법인은 7월 한 달간 미국 시장에서 5만4063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한 수준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월 판매량 기준 가장 큰 폭의 감소폭이다.

특히 최근 들어 현대차의 미국 판매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 5월 6만11대, 지난 6월 5만4507대로 각각 15.4%, 19.3% 감소하는 등 3개월 연속 두 자리수 감소율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의 부진은 엑센트와 엘란트라(국내 아반떼), 쏘나타 등 세단의 실적이 저조한 영향이 컸다. 이중에서도 쏘나타는 1만648대 판매, 작년 같은 기간(2만635대)보다 50% 가까이 급감했다.

현대차는 이보다 먼저 중국의 사드보복 따른 여파로 지난 3월부터 판매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44%↓)부터 4월(63%↓), 5월(65%↓), 6월(64%↓)에 이어 7월 까지 전년 대비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현대차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30만1000대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판매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상반기 51만여대로 6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 부두에 수출을 위한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 현대차 노조 올해도 파업 수순…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앞둬

해외 판매 감소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는 1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1조 근무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 이어 2조 근무자들도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파업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4일에도 1조와 2조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의 부분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이번 주말부터 휴일 특근도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올해로 6년 연속이다. 지난 2012년 이후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으로 요구안 관철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임금 15만4883원 인상과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해 실적이 부진한 데다, 최근 경기둔화와 원화 강세 등 대외여건도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노조의 요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파업을 유보하고, 21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 판결이 17일 최종변론과 이달 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다음 달 노조위원장 선거가 잡혀있는 등 일정이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기아차의 통상임금 판결이다. 기아차는 이달 말 7년간 이어져온 통상임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소송은 기아차 노조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2011년 6869억원의 집단소송을, 2014년에는 조합원 13명이 약 4억8000만원의 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상임금이 오르면 수당과 퇴직금도 함께 오른다. 이번 1심 선고는 집단소송과 대표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며, 대표소송에서 노조가 이기면 전 직원에게 일괄 적용된다. 사측이 패소할 경우 당장 1조원 임금과 소멸시효 3년을 감안한 소급분까지 합쳐 최대 3조원을 노조에 지급해야 한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 승리로 결론 날 경우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 의무가 발생해 당장 올 3분기부터 기아차 재무 상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이 같은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존립의 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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