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직접 사용해보니, 계좌개설까지 '일사천리'…대출·상담은 먹통현상 지속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시중은행 앱은 이제 못 쓰겠다." 카카오뱅크 계좌로 자금이체를 하면서 무심결에 나온 말이다. 

카카오뱅크 앱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자금이체를 하게 됐는데 시중은행 앱을 통해 카카오뱅크 계좌에 돈을 돌려 놓으면서 수차례 인증절차를 거치게 되자 답답함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카카오뱅크 앱 화면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3일 미래경제는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실제로 사용해봤다.

계좌개설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분증 촬영 등 일부 절차에서 다소 오류가 있어 카카오뱅크가 주장하는 7분보다는 다소 오래 걸렸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이다.

계좌 개설 직후 이어지는 체크카드 발급은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화면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깊게 쳐다보지 않으면 어느샌가 체크카드 발급까지 모두 완료한 화면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계좌개설이 간단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이 몰리며 카카오뱅크는 출범 일주일만에 계좌 151만9000좌, 체크카드 103만5000장을 발급했다.

특히 출범 직후에는 시간당 2만좌, 100만좌를 돌파한 지난달말 경에는 시간당 1만좌가 새로 개설됐다.

○ 앱 편의성, 카카오뱅크 압도적 승리 

계좌 개설후 본격적으로 앱을 들여다봤을 때는 당황하리만큼 황량한 화면과 마주해야했다. 시중은행 앱의 빼곡한 정보들은 온데간데 없고, 계좌번호와 잔고만 보였으니 그럴만했다. 

하지만 화면 구석구석을 터치할 때마다 나타나는 서비스 화면을 확인하고서는 오히려 더 편의성이 강조됐다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앱이 공개된 이후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참 잘만들었다"는 평가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범 직후 계좌를 개설해 앱을 사용해 봤는데 직관적인 화면에 적잖이 놀랐다"며 "숨김버튼으로 서비스들을 숨겨놨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된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편의성은 카카오뱅크에서 강조되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문이나 패턴을 입력하면 된다. 이는 시중은행에서도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다.

그런데 자금이체로 서비스가 이어지면 상황이 급변한다.

카카오뱅크는 이체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바로 송금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카카오톡을 통해 송금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 앱 송금 화면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반면 시중은행 앱은 상대방 계좌번호를 입력한 후 ARS 인증, 보안카드·OTP 인증,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 등 최대 3단계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돈이 보내진다.

자동화기기 이용도 마찬가지다. 은행, 제휴사와 관계 없이 아무 기기나 이용해도 된다. 올해 연말까지는 수수료도 부과되지 않고, CU편의점에서는 체크카드가 없어도 출금할 수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출범식 당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말 여·수신 포트폴리오를 고려해서 내년 이용 수수료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고객에게 불편 드릴 일 없게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말한만큼 향후에도 수수료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출과 상담 서비스 부분에서는 고객이 몰린 탓인지 아쉬운 점이 다소 드러났다.

○ 밤 늦은 시간에야 대출 서비스 가능…3일 밤낮 기다려도 상담 답변 '무소식'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받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주간에는 이용자가 많아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미래경제도 업무시간 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으나 번번히 '잠시후 다시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카카오뱅크 관계자로부터 "오후 8시 이후에는 신청이 가능하다"는 팁을 얻어 밤 10시에 대출신청을 한 뒤에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나마 몇 차례 이어지는 약관 동의와 본인 확인 절차만 하면 돼 빠르게 신청이 가능했다.

신용대출의 경우에는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대출이 실행되는 시기도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대출 고객이 몰려들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도 측정 프로그램을 변경해 출범 5일만에 한도를 축소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총 4970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됐다. 시간당 29억5800만원의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담서비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카카오뱅크 앱 대출 지연 안내 화면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미래경제가 대출과 관련해 전화와 카카오톡, 이메일로 문의했지만 3일이 지나도록 답은 오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카카오뱅크의 고객 응대율은 불과 1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건 중 1건에만 답을 하고 있다는 셈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고객 서비스 시작 이후 폭발적인 고객 유입에 따라  24시간 상황반을 가동하고 고객들의 원활한 은행 업무 처리를 대외 기관과 실시간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 실행하고 있다"며 "고객 상담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80여명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또 다른 주력 서비스인 해외송금 서비스도 자주 쓰는 해외송금계좌에 대해서는 한 번 등록하면 터치 한 번으로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었다. 수수료가 낮다는 것 외에 또다른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앱 서비스가 아주 강력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차차 플랜을 짜서 카카오뱅크보다 좋은 UI·UX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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