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막혀 빠른 시일 내 자본확충 벽 부딪힐 수도

26일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카카오뱅크 돌풍이 은행권에 혁신 제2라운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100만좌를 돌파하고 3440억원 규모의 예금과 3230억원의 대출을 달성했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난 1년동안 쌓아올린 것(15만5000건)을 카카오뱅크는 단 5일만에 6배나 유치한 것이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비교하더라도 약 10배 빠르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출범 이후 사흘간 10만좌를 개설했다.

카카오뱅크 돌풍의 배경에는 시중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간편한 가입 절차가 있었다.

카카오뱅크에 가입할 때는 가입자 명의의 모바일번호, 혹은 카카오톡 계정만 있으면 된다. 계좌를 개설할 때도 SMS인증과 신분증 촬영, 계좌이체 인증 등 세가지 요건을 통과하면 즉시 계좌가 만들어진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출범 당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에 가입하고 계좌를 개설하는데 빠르면 5분 내에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거래를 할 때 기존 금융권에서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공인인증서 대신 핀번호로 대체한 것도 고객 증가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는 기존은행권이 서비스하는 예금, 대출, 계좌이체 등 금융서비스 대부분을 문제없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작은 화면 속에서 알아보기도 힘들었던 화면 구성이 완전히 달라져 쓰기 쉽게 만들어졌다. 기존 은행권이 하던 업무 중 필요없는 것은 덜어내고 필요한 것만 남겨 모토인 '같지만 다른 은행'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앱은 누구라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걸 인정한다"며 "왜 '같지만 다른은행'이라고 강조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은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전면적인 개편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도 기존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을 끌어들였다.

대표적으로 해외송금서비스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서비스 수수료를 기존 은행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은 기존에 출시했던 간편해외송금 서비스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다시 부각시켰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비대면 해외송금 서비스에 대한 송금수수료 우대와 전신료 면제혜택을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1Q Transfer'의 서비스 국가를 연말까지 8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고객 유입속도가 빨라 언제 자본확충 문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당초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주도적으로 운영해 정체된 은행권에 변화를 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산업자본이 대주주가 되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건전성 비율을 충족하고 있지만 고객유입이 확대될 경우 부동산담보대출 등 차기 사업 운영에 여려움이 예상돼 신용대출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갓 출범한 상황이라 지금은 규제를 위반할 수준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지금과 같은 고객유입이 이어진다면 케이뱅크와 동일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고객유입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지분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한국금융지주가 대주주라 자본 확충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지분을 늘릴 수 없는 만큼 한두달 내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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