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린 농심, 별다른 신제품 없어…10년째 동결 오뚜기 ‘착한 기업’ 효과

농심은 지난해 연말 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라면시장에 작지만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여전히 업계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농심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낮아진 반면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갓뚜기’라고 불리는 오뚜기가 관심 받고 있다.

특히 농심은 지난해 말 가격을 인상했지만 오뚜기는 10년째 가격을 동결했다. 여기에 오뚜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얻으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 시장 지위는 유지되겠지만 점유율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 5월 라면 시장 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은 49.4%를 기록했다.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낮아진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5년여 만이다.

농심의 2014년 시장점유율은 58.9%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3.9%까지 낮아졌다. 대신 오뚜기 점유율이 18.3%에서 23.2%로 높아졌으며 지난달에는 25.2%까지 상승했다.

무엇보다 판매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부분은 가격이 꼽힌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라면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반면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이후 10년째 동결했으며 올해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삼양라면도 지난 5월부터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여기에 농심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점도 한몫했다. 주력 제품인 신라면 등이 있지만 새로 선보인 ‘보글보글 부대찌개면’과 ‘콩나물 뚝배기’ 등의 성적은 다소 부진했다.

오뚜기는 라면가격을 10년째 동결했다.(사진=뉴스1)

한편 라면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심상치 않은 돌풍에 주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로 점유율이 상승 추세기 때문이다.

특히 오뚜기는 최근 청와대의 기업인 초청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재계순위가 100위권 밖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상속세 납부와 비정규직 채용, 가격 동결 등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치해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오뚜기에 대해 ‘갓뚜기’라는 별명을 붙였으며 오뚜기 제품을 선호하는 충성 고객들도 늘어났다. 온라인에서는 오뚜기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글을 자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농심 측은 오뚜기의 돌풍을 인정하면서 판매량이 아닌 가격적 요소를 적용하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농심이 조사한 올 상반기 점유율은 55.8%다. 오히려 지난해 상반기(54.1%)보다 1.7%포인트 높아졌다. 오뚜기 점유율은 22.4%로 1년 전 같은 기간(23.8%)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판매량은 오뚜기가 늘었지만 라면 가격이 비싼 농심이 금액적으로 더 우위를 점한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서는 농심의 시장 점유율이 더 하락할 수 있지만 연말이 되면 다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라면과 너구리 등 주력 상품이 여름보다 겨울철에 인기가 많은 국물 라면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최근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여름철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실시하면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실제 둥지냉면과 찰비빔면 등의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농심 측은 국물 라면의 계절이 오면 점유율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농심의 절대 우위를 예상하면서도 점유율은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아직은 판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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