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낙엽·나뭇가지에 불…초속 5m 강풍 타고 삽시간에 위로 번져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수락산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소방당국과 경찰,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의 합동 정밀조사를 거쳐 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8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의 산불은 초속 5m의 강풍 탓에 2시간도 안 돼 정상을 내줬다.

이에 소방당국이 차량 64대와 인원 2330명을 동원했음에도 초진에만 5시간 17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면적의 5.5배인 3만9600㎡를 태웠다.

이처럼 산불 규모가 확산된 데에는 극심한 봄 가뭄과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이 더디게 됐다.

전날 서울의 1일 실효습도(건조도 지수)는 43으로 건조주의보·건조경보가 발령될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겨우내 수북이 쌓인 낙엽과 잔가지가 봄철 내내 이어진 가뭄에 바싹 말라 땔감 역할을 했다.

여기에 바람이 초속 5m의 속도로 강하게 일어 불이 삽시간에 정상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강원도 강릉 산불 당시만큼의 강한 바람은 아니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발화 초기에 바람이 비교적 강하게 불어 발화지점 위쪽에서 진화를 위한 저지선을 구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산세가 험한 데다 밤중에 불이 난 것도 빠르게 불길을 잡기 어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수락산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자정께 강풍 초속 1m로 잦아들어…일출 동시에 소방헬기 동원

최성희 노원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산세가 험하고 야간이라 현장 접근이 힘들었다"며 "특히 호스를 연결하려면 장비를 다 들고 가서 연결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손전등 등 장비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야간이라 이른 시기에 소방헬기를 띄울 수 없었던 점도 진화를 막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불길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정께부터 강풍이 잦아든 덕분이다.

초속 5m의 강풍은 점차 속도가 줄어 2일 오전 5시께에는 초속 1m 속도의 북동풍으로 바뀌면서 진화에 기여했다.

소방 당국도 2000명이 넘는 인력을 총동원해 전력 진화에 나섰다. 일출과 동시에 소방헬기도 10대를 동원했다.

고압 펌프차와 특수 소방호스를 이용해 9부 능선에 저지선을 구축하고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물을 뿌리며 진화했다.

수락산이 산림 분포는 신갈나무와 굴참나무 등 활엽수가 전체의 90%가량인 점도 진화에 도움을 줬다. 활엽수는 수분이 많아 침엽수보다 불에 강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불씨가 완전히 잡히면 '완진'을 선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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