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하은 기자.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하루하루를 외롭고 공허하게 살고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테오도르. 무료한 삶을 이어가던 테오도르는 우연히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 대화를 통해 교감을 나눈다. 오로지 직장과 집밖에 몰랐던 그는 사람들과의 직접적 교류보다 사만다와의 교감을 더욱 선호하게 된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처지를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HER’에서 남자 주인공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는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꺼리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교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인공지능 사만다와 대화하며 밥도 먹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잠도 같이 자면서 점점 더 사만다에 의지하게 된다. 물론 그가 직업도 없이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이른바 ‘히키코모리’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교류는 조금 부담스러워 한다. 과거 이혼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처럼 대인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현대인들은 누군가를 굳이 만나지 않아도 똑똑한 휴대용 장난감, 즉 스마트폰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의 현대인은 스마트폰 속 SNS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알림으로써 타인에게 존재감을 어필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인터넷 방송으로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세상과 단절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실제 이 같은 광경은 우리가 어느 곳에서나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커피숍이나 음식점, 혹은 길을 걷고 있는 와중에도 친구나 연인,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있음에도 대화가 단절된 채 자신의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다.

최근에는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1인 가구 맞춤형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적잖은 호응을 얻어낸 바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매일 아침 뉴스 브리핑은 물론, 음악 감상, 생활편의 서비스를 넘어 일반적인 대화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을 두루 갖춘 제품이다.

이 같은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도 주로 30대 남성인 점을 고려하면 영화 ‘HER’ 속 이야기가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왜 대인관계를 꺼리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서비스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걸까.

현대인들이 소통을 단절하고 살아가는 데에는 입시위주의 교육 시스템과 경쟁사회 구조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은 대부분 고학점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할애한다. 자연스럽게 가족 및 친구들과의 대화는 단절되고 이는 훗날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맺는 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요즘, 혼밥(혼자 밥먹는 행위)이 예삿일이 아니게 되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소통이 단절된 삶은 머지않아 ‘은둔형 외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의 저자인 강상중 작가는 세상과의 단절과 타인과의 단절은 텅 빈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니 반대로 해결책은 세상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세상의 일부로 느끼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세상과 타인과의 소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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