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금융 인프라 약해 중국보다 수익성 높아

내 기업에 이어 은행들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조치로 현지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동남아시아 채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래픽=뉴스1)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국내 기업에 이어 은행들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조치로 현지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동남아시아 채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새로 낸 점포 15곳 중 상당수가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이후 점포수가 그대로다. 국가별로 보더라도 베트남(19개)이 중국(15개)보다 해외점포가 더 많다. 

지역별 자산 증감률도 동남아지역이 중국을 월등히 앞질렀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의 베트남 점포 자산은 27.6%, 인도네시아는 20.3% 증가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전년에 비해 14.2% 늘었을 뿐이다. 이는 중국의 금융 규제가 복잡하고, 사드 보복조치 등으로 중국 진출 사업 추진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진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 지난해 1월 중국 공소합작총사의 지주사 격인 공소그룹유한회사와 금융관련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계획했던 합자회사 설립 등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채널 200호 개점을 기념해 (왼쪽부터)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 인터넷 검색 서비스 IT기업인 바이두(百度)도 국내 시중은행들과 업무협력을 타진해오다 최근 입장을 바꿔 중단했다.

뿐만아니라 이미 중국에 진출한 영업점들도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리스크가 악화되자 영업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반면 동남아 지역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해 국내 은행들이 시장 선점과 해외 실적 확보를 노리고 속속 현지 채널 확보에 돌입했다.

산은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인도네시아의 예대마진은 4.33%, 베트남은 2.37%, 태국은 5.15%로 한국에 비해 1.5~3.2배 높다. 순이자마진(NIM)도 한국보다 1.5~2.5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 경제성장률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5~6%대 성장을, 미얀마는 8%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인프라가 부족해 현지에서 금융 혜택을 누리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금융 서비스를 갖고 동남아 진출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9월 캄보디아에서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시한 이후 2016년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영업 지역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써니뱅크'를 출시했고, 지난해 6월에는 베트남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자동차 금융서비스 '써니뱅크 마이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모바일 전문은행 '베트남 써니뱅크'. (사진=뉴스1)

KB국민은행도 지난해 9월 캄보디아에 디지털뱅크인 '리브(Liiv)KB Cambodia'를 출범하고, 베트남에서는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 전환하는 등 동남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동남아 지역 점포의 실적이 성장세를 보였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지점 56곳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에 비해 55.6% 급증했다. 신한은행 베트남 지점도 순익이 15% 이상 늘었다. 우리은행이 2014년 인수한 '우리소다라 은행'은 연간 20%씩 성장하는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시장의 경우 시장규모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지만 사업 추진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남아지역은 금융시장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아 은행권의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시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