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적응 실패로 4년간 1500억원 적자…월마트, 연내 40여 점포 신설

이마트 본사.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이마트가 최근 중국 내 점포를 한 두군데만 남기고 대거 구조조정할 예정으로 알려져 사실상 중국 시장 적응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올해에만 중국에서 아울렛 등 점포 30~40곳을 신설하고, 기존 약 50개의 매장을 업그레이드 및 리모델링할 것으로 알려져 두 글로벌 유통기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더욱이 월마트는 이마트를 포함한 국내 대형마트 3사에 밀려 해외 진출국 중 유일하게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터라 두 회사 간 상반된 중국사업 행보에 눈길을 끈다.

26일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마트는 중국에서 1~2개 점포만 남기고 철수한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총 6개 매장 중 1~2곳을 테스트베드 혹은 무역 거점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화차오점 등 6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이마트가 중국 사업에서 손을 떼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중국 이마트는 지난해에만 영업적자액 216억원, 4년간 누적 적자액 1500억원을 냈다. 2011년에는 한 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넓혔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에 실패한 궁극적인 원인으로는 입지 선정과 현지화 적응 실패가 꼽힌다. 중국 이마트는 현지 중간 도매상 등과 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임차료 역시 적잖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유통기업에 운영 제재를 가하면서 이마트의 시장 철수가 앞당겨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이마트의 국내 유통 경쟁사인 롯데마트도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 대부분 점포가 영업을 중단했다.

○ 부실점포 폐점 등 사업 철수…'선택과 집중' 긍정적 평가도

따라서 이마트는 조기 철수하는 점포에 한해 보상금을 지불하더라도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점포 1개를 폐점하는 데는 100억원가량이 들 전망이다.

월마트 할인점.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캡처)

반면 월마트의 중국 시장 성적은 고무적이다. 중국에 불과 6개뿐인 점포마저 철수하려는 이마트와 비교하면 월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월마트는 올해에만 중국에 최대 40여개의 매장을 새롭게 오픈한다. 아울러 3억 위안(한화 500억원)을 투자해 50여개 매장에 대한 리뉴얼을 실시, 자체 브랜드와 직수입상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월마트의 중국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월마트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대형할인매장과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샘스클럽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총판매액이 5.4%, 매장판매액 2.3%, 고객단가는 5.2% 증가했다.

매년 적자 행진으로 현재 누적 적자액만 1000억원을 훌쩍 넘긴 이마트로써는 중국 월마트의 신장세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한편 월마트는 1998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국내 현지 적응에 실파해면서 지난 2006년 시장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삼았다.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다가 2011년 이후 구조조정을 이어와 6개로 쪼그라들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주요 입지 확보와 더불어 현지화에 실패했다”면서도 “다만 국내 부실점포 폐점,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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