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출입은행, 회사채 상환 확약서 전달…에스크로 계좌 1000억원 예치

(왼쪽부터) 최종구 수출입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스1)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 협상에 진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합의에 8부능선을 넘었다.

1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과 상당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른 시일 안에 좋은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업·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 '회사채 및 CP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전달했다.

확약서에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별도의 에스크로 계좌에 1000억원을 예치해 두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사가 청산됐을 때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돈(회수율 6.6%)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상황에서의 청산가치를 보장할 테니 대우조선이 정상화를 추진할 기회를 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수출입은행은 사채권자들의 회사채 상환이 모두 끝나는 2023년 4월까지 신규자금(2조9000억원) 지원 기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우조선 자체 자금이 부족하다면 2조9000억원 범위에서 돈을 꺼내 회사채를 갚게 된다.

또 내년부터 매년 대우조선을 실사해 대우조선이 회사채 상환 능력이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 조기 상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확약서에 동의해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하는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면 대우조선은 단기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 행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사채권자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은 이날 투자위원회를 열고 채무조정안을 최종 결정 한다. 결정된 내용은 17일 사채권자 집회 전후 공개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의 29%인 3900억여원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21일 만기인 4400억원 중에서는 1900억원(43%)이 국민연금 보유채권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전날까지 산업은행 실무자들과 협상을 진행했다"며 "가입자의 이익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될 가능성에 대비해 P플랜 돌입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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