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영 산업경제부문 기자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기업의 뇌물죄 입증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총수 사면 의혹을 받고 있는 SK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의 경우 이번 의혹이 불거진 이후부터 경영에 차질을 빚은 삼성‧롯데와는 달리 경영 보폭을 더욱 확대하는 등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이에 대해 재계 및 관련 업계에선 일찌감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연루된 인사들을 모두 배제하며 사실상 경영 차질을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에서 그룹의 수뇌부였던 김창근 수펙스 의장과 함께 김영태 수펙스 커뮤니케이션 위원장(부회장), 이만우 PR 팀장 등을 모두 교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최태원 회장 사면과 관련해 검찰에 언급된 인물들이란 점이다.

특히 김영태 부회장의 경우 지난 2015년 최 회장의 사면이후 이뤄진 인사에서 경영 공백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대외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SK그룹이 이처럼 검찰 조사 영향력을 최소화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기 이전인 2012년 말 이사회 중심의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도입했다. 지주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위원회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 같은 경영체제를 도입하면서 자연스레 최태원 회장의 책임은 줄어드는 대신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책임이 늘어나는 형태로 변형됐다. 또한 수펙스추구협의회 수뇌부에는 최태원 회장의 측근 인사들로 배치됐다.

실제로 이렇게 변형된 '따로 또 같이' 체제는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빛을 발했다.

최순실 사태로 불거진 사면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은 최태원 회장이 아닌 수펙스 추구협의회 임원들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SK그룹이 특검의 수사망에도 광폭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앞서 검찰은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부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10일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SK 최태원 회장과 면회를 하면서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또한 김창근 전 수펙스 의장의 대통령 단독 면담 당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에 '노인회장-생산적 노인. 132만 명이라고 적혀 있고, SK그룹은 최 회장 사면 닷새 뒤에 '저소득 노인용 주택·복지 혼합동 아파트 건설사업' 재원 마련 1000억 원 기부 증서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결국 최태원 회장과 사면 청탁에 연루된 임원들 사이에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검찰 소환조사에서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바탕에는 '따로 또 같이' 체제를 통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방패삼아 사실상 책임소재를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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