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형 금융팀 기자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렸다. 직원들은 일본어로 안내했고, 준비된 표지판에는 한글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자리마다 비치된 통역기에서도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지난 23일 열린 국내 1위 금융지주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 행사장의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신한금융에는 '일본은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필자는 그동안 신한금융의 설립자들이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벌어진 오해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국내 제1의 금융사가 일본인들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몽땅 무너지고 말았다.

신한금융의 수장들이 신한금융 내부에 사건이 터질때마다 일본으로 날아가는 이유를 알 만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한동우 전 신한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임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해 재일교포 주주들을 방문해 상견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은 일본인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꾸준한 논란과 지적에도 또 다시 2명의 일본인을 사외이사로 신규·재선임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에 대해 "같은 그룹에서 다수의 사외이사를 차지하는 것은 사외이사간 독립성,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있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인이 다수를 차지했던 주주총회 자리에서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한금융은 오히려 이에 대해 문제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조용병 신임 회장은 최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며 "1대 주주는 국민연금이고 10대 구성을 보면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주주들이 있다"는 근거를 댔다.

그런데 이날 조 회장은 "일본인 주주가 30%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아시겠지만 창립주주로서 단순한 투자자·주주라기 보다 창립의 원류 부분"이라며 일본인 주주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당시 "조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여 돈을 싸들고 온 재일교포들은 이제 극소수에 불과하다.

30년도 훨씬 지난 현재 재일교포 주주들은 1세대에서 2세대·3세대로 바뀌었다. 이들은 재일교포라기보다 일본인에 가깝다. 조국의 경제발전보다 신한금융이 국내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지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였을까 신한지주는 200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인6875억원의 배당금을 주주총회에서 결의했다.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은 17% 증가했지만 배당은 20.8%나 올렸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본인 주주들에게 '회장이 교체되니 잘 봐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말고 배밭에서 갓끈 고쳐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신한금융이 일본인 주주로부터 독립됐다고 주장한다면 먼저 그에 걸맞는 거리두기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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