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산업경제팀 기자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이 말은 LG그룹 마케팅팀의 모토가 아닌가 싶다. 혹자는 LG그룹의 선행이 항상 남모르게 이뤄지는 것을 두고 ‘홍보가 뭔지 모르는 회사’ 또는 ‘마케팅팀이 일하지 않는 회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 LG그룹은 타인에 베푸는 선행을 굳이 홍보·마케팅을 이용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타 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국내 다수 기업들은 이윤 추구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각종 홍보 수단을 통해 기업의 사회환원활동 등 선행을 널리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는 오랜 기간 동안 행해온 크고 작은 선행에도 현재까진 ‘무홍보’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LG에게 누리꾼들은 측은한 마음과 동시에 무한한 애정과 호감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LG그룹 오너 일가는 타 기업들과 달리 모두 현역 군필자들이라는 사실은 재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를 선행이라 보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대기업임에도 지위와 권력을 앞세우지 않고 국방의 의무 다한 기업이기에 눈길을 끈다.

LG의 알려지지 않은 선행 중 가장 손꼽히는 점은 바로 독립운동 자금줄을 댔다는 점이다.

LG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독립운동에 지원했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독립운동가인 백산 안희제 선생이 독립운동 자금 지원을 부탁하자 1만원, 당시 한화 가치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흔쾌히 지원했다.

이후 구 창업회장의 의지를 이어받은 LG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기념관, 독립운동가 후손의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그룹 내 건축 자재를 담당하는 LG 하우시스는 노후된 독립운동가 기념관과 독립유공자 후손의 집의 재단장 자재와 비용을 충당한다.

LG 복지재단은 매년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을 한 시민들을 찾아 의인상과 함께 상금을 수여한다. 지난해 가을 파도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다 순직한 해경 등에 2억 원을 기부하고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손수 길을 터준 시민에 표창과 상금을 수여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밖에도 지난 2006년부터 케냐에서 내전과 테러, 교통사고 등으로 팔다리를 잃은 환자 700여명에게 의족과 의수를 선물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각 장애우들을 위해 2006년부터 LG유플러스, LG 상남도서관 등과 함께 시각 장애인 전용 휴대폰을 개발하고, 2013년까지 약 1만2000대를 기증했다.

이처럼 LG그룹의 남모를 선행은 누리꾼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는 한편, 왜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문을 낳게 한다.

그룹 홍보·마케팅팀이 억울함을 호소할 순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LG그룹의 이 같은 보이지 않는 릴레이 선행은 평소 회사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마저 호감으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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