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형 금융팀 기자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한 남자가 술에 취한채 은행 점포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청원경찰은 남자를 향해 "업무 다 봤으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엄중 경고했다. 남자는 이를 무시한 채 계속 노래를 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청경의 총구가 겨눠졌다. 곧이어 출동한 경찰은 남자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해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고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나친 공권력이라는 지적은 없었다. 그만큼 해외에서의 은행 이용은 엄격하다.

해외에서는 은행을 방문할 일이 있으면 미리 예약해야 하고, 해당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더 하면 수수료가 추가된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몇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심지어 번호표를 문 밖에서 뽑은 뒤 기다렸다가 순서가 돌아와야 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과 함께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은행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또는 도움을 받기위해 방문하는 곳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은행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예약을 하고 방문하기 때문에 필요한 업무 외에 더 많은 요구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은행원과 이용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업무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서명으로 만든 배우자 통장을 들고와서 돈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 옆사람은 기념품 주고 난 왜 안주냐고 따지는 사람, 대포통장 강화로 계좌 개설이 어려워지자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소리지르는 사람 등.

은행 창구의 악성 민원 이용자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다.

은행권에서는 상당수가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금융교육은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가르치는 내용이 노후준비 등 재테크이거나,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처법 등을 안내할 뿐 은행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수십조원의 세금(공적자금)을 투입해 완전히 망가진 금융시장을 살려놓은 이후 은행원은 죄인 아닌 죄인이 돼버렸다. 온갖 악성민원도 다 받아줘야 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왜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지, 왜 본인만 계좌를 만들 수 있는지, 계좌 개설 후 송금이 잘못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주 기초적인 거라 그냥 넘어갔던 내용들을 공교육 과정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할애하자고.

단기적으로는 현장학습과 은행의 필요성을 가르칠 수 있어서 1석2조, 장기적으로는 금융 전반의 이해 폭이 넓어져 1석100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은행에서 소리지르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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