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확대…삼양·팔도 등 후발주자들 가격 인상 '안갯속'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오뚜기가 올해 라면값을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농심과 삼양식품이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오뚜기 진짬뽕.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오뚜기가 올해 라면값을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농심과 삼양식품이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농심이 라면 가격을 평균 5.5% 인상한데 이어 동종업체들의 라면값 '도미노 인상'이 예상됐으나, 오뚜기가 돌연 라면값 동결 방침을 내세우면서 후발주자들의 라면값 인상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23일 오뚜기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2008년 이후 10년째 라면값을 동결한 셈이다.

최근 버터나 라면, 참치캔, 맥주 등 가파른 식탁 물가 상승세로 소비자 가격 부담감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내부회의를 거쳐 라면 가격 인상을 무효화했다는 게 오뚜기 측 입장이다.

'진짬뽕' 등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는 점도 가격 동결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값을 올리는 것보다 가격 경쟁력면에서 우위를 차지해 점유율을 높이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오뚜기는 진짬뽕이 히트를 치며 지난해 연말 시장 점유율이 25.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선제적으로 주요 라면제품 가격을 인상한 농심은 다소 당황한 눈치다. 가뜩이나 무섭게 치솟은 물가에 가계 부담이 커진 요즘, 오뚜기가 라면값 동결 정책을 내세우면서 농심만 나홀로 라면값 인상한 결과를 낳게된 것.

삼양식품과 팔도 등 3, 4위 업체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농심과 시차를 두고 라면가격 인상을 추진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뚜기가 동선을 바꾸면서 당분간 제품가 인상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라면 매출 비중이 86.7%에 달하는 삼양식품의 경우 라면값 인상에 따른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이어 최근 출시한 '핵불닭볶음면' '쿨(cool)불닭비빔면' 등 불닭 시리즈가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라면값 인상을 통해 추가 영업가치 상승도 기대해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발 업체가 라면값 동결을 내세우면서 삼양식품 역시 인상 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라면값 인상을 추진한다고 해도 소비심리가 수년째 바닥을 찍고 있는 상태에서 오뚜기의 가격 동결 정책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시장의 경우 경쟁은 심화되는 반면 매출은 저조해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드는 양상"며 "오뚜기에 이어 후발주자들도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기 전까지 당분간 인상 정책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과 팔도 등은 현재까지 라면값 인상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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