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미래경제 대표.

[미래경제 김석 대표] ‘권력은 마약 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권력에 한 번 중독된 사람은 이를(권력) 잃지 않기 위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까지 부담을 주는 반면 마약은 한 개인을 파탄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또 개그맨 보다 더 웃긴 게 정치인이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곳에서는 아이 보다 더 해맑은 모습으로 서로를 칭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의 결함을 잡아내기 위해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게 다반사다. 

권력과 정치인, 이 둘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제 아무리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다. 이 때문일까. 한 번 정계에 발을 디딘 사람은 쉽사리 백의종군(아무런 직책이 없이 일개 평민으로 일함)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벌집을 들쑤셔 놓은 듯 어수선하다. 하지만 정계는 지금 차기 대권 주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바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아닐까 싶다. 

이는 포근한 인상과 차분한 말투,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로 유엔사무총장에 오른 업적 등을 고려할 때 차기 대통령 ‘0 순위’ 수 차례 거론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반 전 총장이 이제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최근 잇따라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대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지 만 3년만에 입장이 돌변한 것은 둘째 손 치더라도 친서민 행보는 개그 그 자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한 후 공항철도 인천공항역에서 7500원짜리 표를 사기 위해 무인발매기에 1만원권 2장을 동시에 집어 넣었다. 아마도 이를 본 대다수 국민들은 반 전 총장의 모습에 웃프지(웃기다+슬프다)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반 전 총장의 ‘턱받이’가 논란이 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목에 턱받이를 하고,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음식을 먹여드렸다. 이를 본 소설가 이외수씨는 "어이없는 서민 코스프레"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며 "꽃동네의 안내에 따라 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치인의 코스프레는 비단 반 전 총장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총선 또는 대선이 임박하면 정치인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친서민 행보를 이어간다. 그러면서 마치 서민의 고통을 다 아는 듯 하지만, 막상 권력을 쥐게 되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치인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고, 급기야는 백만 천만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을 왜 정치인은 모르는 것일까.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일까. 정치인들의 코스프레, 이제는 개그 프로에서만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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