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경영수업 및 참여…대상, 재벌 3세 중 최초 여성 총수 기대

(왼쪽부터) 금호석유화학 박주형 상무, 대상 임세령 전무.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국내 재벌기업들의 여성 파워가 거세다. 특히 20-30대 젊은 피의 여성들이 기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탄탄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업의 후계 승계가 주로 남성 위주로 이뤄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재벌가 딸들이 대주주 일가로 조기 경영에 참여하는 등 빠르게 경영 수업을 받고 지분을 늘리는 모양새다.

이에 재벌업계는 향후 여성 오너들이 기업을 뒤흔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28)씨는 이달 초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퇴사했다. 최 씨의 향후 거취는 결정된 바 없으나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최 씨가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한 뒤 석유화학, IT(정보기술) 등 SK그룹의 주력 사업과 관련된 팀에 배속돼 일을 해온 점도 실질 경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함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 씨는 어머니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2014년 ‘싱귤래러티99’라는 연구모임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26)씨도 지난해 12월 베인앤드컴퍼니를 퇴사하고, 1월 1일자로 아모레퍼시픽에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서 씨는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화장품 사업의 기본인 생산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서 회장 역시 공장에서부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서 씨는 2016년 12월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량 전환하면서 후계 승계를 본격화했다. 서 씨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이 지주사로 전환될 당시 지주사인 아모레G 우선주 20만1488주를 부친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이 우선주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

이에 따라 서 씨는 보통주 지분 2.71%를 확보해 서 회장(51.29%)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주식 가치는 보통주로 전환한 2016년 말 기준으로 3060억원에 달한다. 이에 앞서 서 씨는 2012년 주요 계열사인 이니스프리(18.18%)와 에뛰드(19.52%) 주식도 증여받았다.

서 씨는 입사를 전후해 이들 브랜드 매장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기업 경영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인 바 있어 강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5년 박찬구 회장의 딸 박주형(37)씨가 상무로 선임되면서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박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딸로 1남 1녀 중 둘째로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2015년 6월까지 근무했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기시해온 금호그룹에서는 69년 그룹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일이다. 고(故) 박인천 회장의 아들들이 작성한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도 이를 적시하고 있다. 형제끼리 경영권을 이어받기로 한 상황에서 누이까지 후계자로 지목될 경우 원만한 경영권 이양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으로 예상했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11월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40)씨와 임상민(37)씨가 각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재벌 3세 중 가장 빨리 여성 총수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세령 전무는 식품BU(Business Unit) 마케팅을, 임상민 전무는 식품BU와 소재BU 전략을 담당한다.

특히 임세령 전무는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이혼 후, 브랜드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청정원’의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개편하는 작업을 맡았다. 임상민 전무는 2009년 대상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한 뒤 전략기획, 회계, 글로벌 사업 등 전반적인 핵심 업무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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