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미래경제 대표.

[김석 미래경제 대표] 권불십년(權不十年)이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인 즉,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의미다. 정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대한민국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최순실 사태로 말미암아 불똥이 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100만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 민심을 무겁게 느낀다”며 불명확한 화법의 포문을 열었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정상 업무를 봤다고 해명하면서도 정작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공식 보고라인에 있었느냐에 질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지난 주 변론 등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조사를 이번 주로 연기했다.

하지만 지난 20일에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이후 태도는 돌변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검찰)수사팀 발표는 전혀 사실 아닌 사상누각"이라며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그리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새가 마치 올무에 걸려 살기 위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멧돼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대한 기업의 출연이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상황에 따라 그 때 그 때 변하는 것이 세상사라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에게 내 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말미암아 도마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과 이른바 최순실 사단에게 더이상 비상구는 없다. 그 나마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 나마 박 대통령을 믿고, 뽑은 지지층에게 덜 부끄러운 존재로 역사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시계는 거꾸로 놓아도 시간은 가는 법이고, 역사는 오늘을 기록할 것이다. 권력은 무한한 것이 아닌 유한한 것이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불미스러운 일에 얽힌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는 그 매듭을 어떻게 짓는냐가 중요한 때이다. 그래야만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오늘을 기록할 때 그 나마 덜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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