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상을 깨고 자국 기업인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ITC는 자체 웹사이트에 게재한 결정문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애플 제품이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의 특허는 표준핵심특허(SEP·Standard Essential Patents) CDMA 인코딩·디코딩 관련 특허(특허번호 348)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ITC의 결정에 대해 최근 미국 내에서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대한변리사회 전종학 변리사는 "최근 미국의 특허 소송의 흐름이 특허권자의 권리를 폭넓게 보호해주고 있는 분위기인 반면 특허 괴물이라고 불리는 특허소송전문 회사의 특허는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표준특허라고 해서 침해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특허 침해 요건을 만족해서 이같은 판결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이 미리 애플에게 표준 특허에 대해 통보 한 점이 주효했다고 관측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이 점을 중점으로 보지 않았지만 ITC는 '애플이 삼성의 특허 침해 사실을 알고도 침해했다는 점'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들은 '표준특허는 특허가 침해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점을 이용해 특허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특허를 침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ITC는 손해 배상액은 없지만 수입금지라는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손해배상액 판결보다 더욱 치명적인 판결이 될 전망이다.

서호선 변리사는 "ITC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과 달리 자국 내 특허권을 두고 수입 제품의 특허 침해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곳이라 애플이 자국 기업인지 아닌지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며 "ITC는 판사만 제외하고 대부분이 외국계 사람이라 오히려 판결 자체가 공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판결에 대해 또 다른 변리사는 애플이 특허 소송에서 표준특허 논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큰 그림을 놓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애플은 "표준특허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프랜드(FRAND)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특허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홍지훈 변리사는 "삼성에서는 100여명의 특허 전문 변호사를 대동해 이번 특허 소송에 대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삼성의 전략대로 판결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방어하기 위해 표준 특허 논리와 특허소진론에만 집중하다보니 판결에서 밀린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변리사들은 삼성과 애플 모두 경제적인 타격은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수입금지가 되는 제품은 AT&T 통신사의 아이폰4, 아이폰3, 아이폰3GS, 아이패드3G, 아이패드2 3G 모델로 이미 생산을 마친 구형일뿐더러 애플이 항소를 하면 예치금을 내놓고 수입금지 시기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퀄컴 칩을 사용한 애플 제품들은 348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어 애플이 퀄컴 칩을 사용한 아이폰4S부터는 특허침해가 적용이 되지 않았다. 이에 아이폰5 등 최신 제품이 추가로 수입금지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삼성의 표준특허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8월에 열리는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 소송 역시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전종학 변리사는 "다른 해외 국가에서 벌어지는 애플-삼성의 특허 판결이 미국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같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판결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번 ITC 판결은 삼성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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