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택 신화슈타인 대표이사.

[이민택 신화슈타인 대표] 우리 속담에 '죽 쑤어 개 준다'는 말이 있다. 애써 한 일을 남에게 빼앗기거나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감사 결과를 보면 실질적으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국내외 담배회사의 배만 불려준 꼴이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말보로 담배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 2013년 말 재고량이 445만여갑 수준이었지만,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 말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4배에 달하는 1억623만여갑까지 재고를 늘렸다.

또 던힐 담배를 생산하는 BAT코리아는 2013년 말 재고가 하나도 없었지만, 2014년 말에는 2463만여갑의 재고를 보유했다.

이후 이들 회사들은 일종의 보관 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관련 서류와 전산망 등을 조작, 무려 2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다. 수 백 수 천억에 달하는 탈세의 영향 때문일까. 이들 회사는 지난 해 순이익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탈루를 통한 순이익 증가 개연성이 충분한 대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오른 담배시장 점유율 상위 3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KT&G의 경우 2015년 매출액은 2조8216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2.9%(791억원) 늘어난 반면 당기순이익은 9879억원으로 무려 32.2%(2408억원) 급증했다.

또 필립모리스는 매출액이 8108억원으로 15.3%(1078억원), 당기순이익은 1917억원으로 33.9%(485억원) 증가했고, BAT는 2014년 당기순손실 96억원에서 담뱃값 인상 후인 작년에는 순이익 270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외 담배회사들이 수 천억 탈세와 함께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담뱃세 인상을 위한 세법 개정 과정에서 (국내외 담배회사가) 재고 매점매석에 따라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탈세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 국내외 회사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돌아보면 담배값 인상이 누구를 위해 마련된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당초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인상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과실(果實)은 담배회사들이 가져간 셈이 되고 말았다.

이는 정부가 담뱃세 인상에 따른 세수 확대에만 신경 쓰다 보니 초래된 결과다.

2015년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은 10조5340억 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과 비교할 때 무려 3조5600억원(51.3%)이 증가했다. 올해도 현 추세라면 담배 세수는 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 조원에 이르는 담배 세수 확보가 아니다. 세수 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탈세를 방치하는 무능한 정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이번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탈세 사실이 우리 정부에 던지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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