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목적전치현상(goal displacement)'이라는 말이 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목적 자체가 되어 버린 현상을 의미한다. 

일례로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데,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행 또한 감수하는 경우다. 과정이 어떠하든 결과만 좋은 면 된다는 식이다. 이는 곧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에 있는 이들은 목적전치현상을 배척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국내 대형 로펌들은 정도(正道)를 벗어나 이윤만을 추구한 나머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우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가습기살균제의 주범으로 알려진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법률대리인으로 나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뿐만 아니다. 금품을 받고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 측은 옥시와 김앤장이 살균제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실험 결과를 알고도 이를 은폐·조작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또한 김앤장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본 정부의 논리를 대변하는 등 말 그대로 국적불문, 이익만을 추구하는 로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퇴직한 공직자 총 9명을 영입하고도 이들의 명단 또는 업무활동 내역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과징금 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지난 해 7월 퇴직 공직자 총 7명의 영입 사실을 소속 지방변회에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과태료 1000만원을 받은 데 두번째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로펌은 법무법인 율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는 지난 2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그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한 정황을 검포착하고, 이들에게 법률 조언을 해준 율촌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로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과거 전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어떻게 결론날 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로펌 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김앤장과 율촌이 소송과 관련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외형(규모)과 구성원이 국내 또는 세계 최고면 무엇하나. 소송 당사자가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고, 이윤만을 추구한 채 정도(正道)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이들 로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윤 추구가 최우선이 아닌 정도(正道)를 걷는 로펌, 이는 아마도 국민 모두가 바라는 이상의 로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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