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영 산업경제부문 기자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공정위가 7개월간 끌어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심사 결과 시장의 독과점 이유를 들어 불허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이례적 불허 판정에 양측 회사는 물론 관련업계까지 집단 패닉 상태에 빠졌다. 15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SK텔레콤이 의견을 개진하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번복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정위는 이번 불허 결정의 이유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의 방송이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시장 지배적 지위가 형성, 강화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기간 끌어온 공정위의 심사 기간과 다소 모호한 점유율을 문제 삼아 불허 기준을 삼았다는 점은 의구심을 남긴다.

지난해 12월1일 SK텔레콤이 공정위,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부처에 M&A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7개월이라는 장기간 심사기간 동안 양측 회사의 업무는 사실상 정지상태에 머물렀다. 통신업계의 반발로 심사 기간이 길어진 측면이 있지만, 업계 반발을 우려해 눈치를 보다 장기간 시간 끌어온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권역별 점유율에 따른 독과점 우려도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현재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업계 점유율 1위이고,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IP)TV 업계 2위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지난해 말 현재 기준으로 전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25.77%가 된다. 그래도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시장점유율 29.34%에 이어 2위에 그친다.

IPTV의 등장으로 최근 하락세를 걷고 있는 케이블TV 업계에 대한 사실상 사망 선고라는 의미도 적지 않다. 현재 케이블TV 시장은 매출과 가입자의 지속 감소로 고사 직전으로 내몰린 상태다. 이번 불허 판정으로 향후 케이블 시장의 자구적 구조조정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 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적지 않다. ‘권역’에서 ‘전국’ 단위로 바뀌고 있는 정부의 방송산업 정책과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규제 완화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당장 합병을 반대했던 통신 및 방송 업체들 입장에서는 반길 결정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향후 방송통신 시장에서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사실상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 눈치 싸움에 휘둘린 공정위의 근시안적 판단은 승자 없이 국내 방송통신 시장을 한 단계 퇴보시켰다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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