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택 신화슈타인 대표이사.

(이민택 신화슈타인 대표)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에 제대로 매를 들었다.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어서다.

그래서 빼놓은 칼이 바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개정안의 골자는 바로 회계법인 대표의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이다.

금융위기에 따르면 중대한 부실감사가 드러날 경우 회계법인의 대표를 짜르겠다는 것이다. 책임자의 옷을 벗기 위한 강경조치가 아닐 수 없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같은 개정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금융위는 외감법 개정안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회계법인 대표의 회계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과잉대응일 수 있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입장이 반영돼 중도하차했다.

그러나 규개위에서도 승인이 떨어졌다. 그만큼 최근 일련의 부실회계 논란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상황이 급변한 이유는 뭘까. 우선 회계사들의 피감사인의 회사 주식을 사들인 점이다. 감사 대상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은 회계사법 위반으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올 초 수십명의 회계사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절정이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일순간에 적자로 돌변하는가 하면, 적자의 크기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감사법인인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시장경제에서 회계법인은 기업 투명성을 이끄는 파수꾼 이다. 지금까지 보면 이 파수꾼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어찌 보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금융당국이 맞는 처사다.

다만 분식회계 의혹들이 회계법인의 잘못으로만 치부될 것이냐다. 파수꾼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는 아닐까하는 의문이다.

회계법인 내부에서는 자정의 목소리와 함께 '왜 항상 우리만 당해야 하느냐'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공인회계사회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임원은 "감사인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한 것은 입이 열개라도 모자라고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면서도 "감사인이 제대로 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우선 보수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유수임제를 채택, 최저보수제로 운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내 입장을 잘 반영해 줄 회계법인을 가장 싼 값에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회계법인들이 일감을 따 내기 위해 기업들과 한통속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들도 문제다. 회계감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라면 회계법인은 기업이 제출한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고량은 맞는지, 자금은 재무제표에 적시돼 있는 그대로인지 통장잔고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고조사 파악에 나섰는데 가득 찬 창고 안에 십만개가 있는지, 9999개가 있는지 하나하나를 헤아려 볼 순 없는 노릇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 당신의 집에는 숟가락에 몇개 있는지 정확하게 알 고 있는지.

각설하고 회계법인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이 막중하다. 회계법인이 곧추서지 못하면 시장경제가 똑바로 서지 못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투자자, 나아가 온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점에서 정부의 부실회계 처벌 강화는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회계법인의 탓으로만 돌린다는 것은 무리라는 점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이 부실회계 스캔들로 쓰러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분식회계 기업들은 버젓이 살아 있다. 분식회계 저지른 SK네트웍스, 대우건설 등 수많은 기업이 스캔들에 휩싸였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미국은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게도 반드시 처벌을 묻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중대한 부실감사가 드러나면 대표의 자격을 박탈하기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책임을 회계법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실회계의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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