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이달 들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테슬라 돌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3월 말 테슬라가 홈페이지를 통해 중저가형 차종인 모델3를 공개한 이후 사전 예약을 받은 결과 일주일 만에 무려 32만5000대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며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다. 테슬라는 모델3 한 모델로 140억달러(16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의 분기 매출(13조원)보다 3조원이나 많다.

테슬라 모델3 공개는 국내 산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아이오닉 전기차 출시로 전기차 시장 원년으로 삼겠다던 현대차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 중인 LG화학과 삼성SDI에도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개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은 2009년부터다. 우리 정부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전기차를 양산,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정부 추산 7만8000대)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한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계획과 다른 노선을 타면서 전기차 산업이 지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대신 친환경 차량인 수소차에 올인하고 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부랴부랴 올해 6월 아이오닉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경쟁 모델인 테슬라에 비해 성능이 한참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부도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엇박자를 놓고 있어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또다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달부터 전기차 급속 충전료를 유료화하면서 가뜩이나 초보 수준인 전기차 시장은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웃 나라 중국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방문해 전기차 개발이 자동차 대국에서 강국으로 가는 필수 코스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면서 연간 시장 규모가 20만대를 돌파했다. 보조금 지급,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정부 주도의 수요 확대 등 정책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재 제주도를 중심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소극적 지원에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전기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테슬라 돌풍은 어찌보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내 전기차 산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역행하고 있는 정부의 지원 대책을 수정하고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올려야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시기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산업경제부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