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평가전 대한민국과 태국 경기에서 석현준이 선취점을 터뜨린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호가 지금껏 한국 축구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A매치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7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석현준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또 다시 무실점 승리를 거둔 슈틸리케호는 한국 축구대표팀 사상 최초로 8경기 무실점 승리를 기록하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과 전혀 다른 멤버를 내보냈다. 당시 선발과 비교해 동일한 인물은 캡틴 기성용뿐이었다. 불과 사흘 만에 펼쳐지는 빡빡한 스케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큰 폭의 변화다.

평가전이라는 의미를 십분 활용, 다양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소집된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장에 투입시켜 '실질적 긴장감'을 선수단 내부에 주입시켰던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또 좋은 결과물을 냈다.

선수 면면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스타일도 바뀌었다. 여러 선수들을 실험하는 동시에 대표팀 전술의 핵심인 기성용의 활용법을 달리했다는 것도 태국전의 큰 변화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로 중앙미드필더로 뛰었던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전진 배치시켰다. 그리고 레바논전에서 모두 후반 중후반에 투입됐던 석현준과 이정협을 동시에 선발로 넣었다. 체격이 좋은 세 선수를 전방에 투입시켜 신체조건이 작은 태국의 수비진을 괴롭힌다는 복안이었다.

일찌감치 터진 선제골과 함께 슈틸리케 감독의 택한 큰 폭의 변화는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전반 4분 만에 석현준의 오른발이 불을 뿜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고명진의 스루패스를 받은 석현준은 정확한 터치 후 곧바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는 포스트를 살짝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에도 한국은 석현준과 기성용을 앞세워 '힘'으로 태국을 공략했다.

전반 30분에는 이정협에게 완벽한 기회가 찾아왔다. 왼쪽 측면에서 남태희가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치고 올린 크로스가 문전 앞에 있던 이정협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이를 헤딩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딱히 달라붙은 수비가 없었기에, 트래핑 이후 슈팅을 했어도 좋았을 장면이었다.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놓친 것은 계속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하는 빌미로 작용했다. 태국의 축구는 확실히 달라졌다. 마냥 수비만 하는 팀이 아니었다. 공격도 제법 날카로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중앙 수비 조합을 바꾸었다. 김영권-홍정호 센터백 듀오를 모두 빼고 레바논전에 나섰던 곽태휘와 김기희를 투입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는 두 선수를 빼고 안정감을 높이자는 의도가 엿보이는 변화인데, 이는 그만큼 태국 공격도 매서움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실제 후반 초반에는 몇 차례 위협적인 태국의 공격이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0분 또 다른 교체카드를 활용했다. 기성용을 빼고 주세종을, 정우영을 대신해 한국영을 투입했다. 주세종이라는 또 다른 미드필더에게도 기회를 줌과 동시에 보다 수비를 강화한다는 의도의 변화였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서 확실히 밀리는 쪽은 환경이 낯선 한국이었다. 잘 막아내는 것이 필요했다. 후반 23분에는 완벽한 슈팅을 내줬고, 김승규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동점을 허용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예전의 태국이 아니었다.

이후 시간들은 한국이 마냥 경기를 주도했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기 위해, 한국 선수들이 의도적인 파울을 가하는 모습도 있었다. 한국이 공격을 한 번 하면 태국도 받아쳤다. '태국 방콕에서는 브라질 대표팀도 고전한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다.

쉽지 않은 내용이 펼쳐졌으나 결국 한국은 1골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후반 중후반 석현준과 이청용 등이 추가골 기회를 놓친 것 등 아쉬운 점도 있었으나 다시 무실점 승리를 유지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9월3일 라오스에게 8-0으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태국전 1-0 승리까지, A매치 8연승에 성공했다. 8번 모두 무실점 승리였다. 그리고 9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두 항목 모두 한국 축구사의 기록이다. 슈틸리케호의 순항이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1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