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하은 기자.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박성경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독선 경영 탓에 기업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3조5113억원에서 올 3분기 말 4조3486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이랜드월드의 차입금 총액은 5조7497억에 이를 정도다. 이중 61%인 3조5000원이 환금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에 해당된다.

지난해 말께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 3곳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가 불안정하자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뒤늦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킴스클럽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형마트 시장이 이마트·롯데·홈플러스 3사로 굳혀지고 있어 매각여부가 불투명하다. 또한 1조원대로 추정되는 매각가로는 그룹의 재무건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중국 경기부진으로 인한 중국 법인 3사의 수익성 하락과 총수 일가의 지나친 인수합병(M&A)도 이랜드의 재무적 위기를 초래했다.

실제로 이랜드는 지난 2004년 뉴코아 인수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패션부문(라리오, 벨페, 피터스콧, 엘칸토,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케이스위스 등), 유통부문(동아백화점, 동아마트, 광주 밀리오레, 그랜드마트 강서점 등), 레저부문(C&우방랜드, 팜스리조트, PIC사이판, COP리조트, 계림호텔, 대구프린스호텔, 풍림리조트, 광릉포레스트 CC 등) 등 부문별로 수십여개의 브랜드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인수한 회사의 채 실적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M&A에 나서면서 차입금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그룹 재무구조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가 상환해야할 회사채 규모는 1880억원에 달한다.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도 올해 83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9월말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은 각각 129억원, 470억원에 불과한데, 회사채는 수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랜드그룹이 비상장사라는 점도 그룹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이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27개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이월드 하나에 불과하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2004년 교직원공제회를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며 3년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지만, 10년이 넘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미루고 있다.

경영에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박 회장의 성격이 오롯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매년 그룹 순이익의 10%를 십일조로 기부하고 있는데 십일조 기부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국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안 되면서 손쉽게 단기차입금을 갖다 쓰다보니 부채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져 재무부담만 커졌다.

십일조 기부는 물론 공격적 인수합병도 포기할 수 없는 박 회장의 아집 경영이 결국 그룹 재무구조 개선엔 악영향만 미친 꼴이 돼버렸다.

이제 이랜드가 살아남을 방법은 총수 일가의 독선 경영도 무분별한 M&A도 아닌 안정화다. 철두철미한 고민과 실천으로 그룹 내 재무구조 개선과 새로운 기업 환경 조성이 향후 이랜드그룹의 미래를 밝혀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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