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노령 항공기 운행…예고된 안전사고

▲ 최근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의 여객기에서 고장·결항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저가 항공사(LCC)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최근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의 여객기에서 고장·결항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저가 항공사(LCC)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저가 항공사들의 이 같은 사고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한다. 저가 항공사들은 대부분 낡은 항공기로 장시간 비행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내 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급강하 비행에 이어 에어부산 고장·결항, 진에어 여객기의 세부 회항 등 한 달도 안 돼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2일엔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제주항공 7C1383편 조종석 왼쪽 유리창에서 미세한 금이 발견돼 대체기가 투입되는 등 끊임없는 안전사고로 승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부터 국내 LCC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 제주항공과 진에어부터 점검에 돌입했다. 정부의 안전 점검기간 중 제주항공이 기체결함으로 대체기를 투입하는 사고를 내며 단순 안전불감증을 넘어 저비용항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전에 총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가 항공사들은 이른바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추구하는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항공기를 구입해 노선에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저가 항공기의 평균 기령은 10년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일부 기종은 20년도 넘는다. 기체 연수를 10년 이상 가져가지 않는 국적항공사와는 대조를 이룬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평균기령은 11.45년이고, 진에어는 11.78년이다. 이들 항공기는 그나마 기령이 짧은 편인데도 기체결함이 발생했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의 기체 기령은 평균 14년이 넘는다. 에어인천은 고작 2대 있는 항공기 중 기령이 1대는 24년 다른 1대는 25년이다.

이처럼 저가 항공사들은 다수의 낡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장시간 운항하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기체 노후화에 더해 항공기 가동시간까지 늘어나면서 항공 운용·정비 등 인력과 기체 피로도까지 누적되는 셈이다.

○ 국토부, 안전점검 결과 '비공개' 방침…'솜방망이' 처벌 우려 

제주항공의 항공기 평균 가동시간은 2010년 305시간에서 2015년 370시간으로 65시간이 늘었다.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274시간에서 350시간으로 75시간 대폭 늘었다. 이스타항공 역시 2011년 283시간에서 지난해 341시간으로 58시간이 늘었다.

이처럼 저가 항공기들의 기체결함과 정비불량 등으로 운항지연 및 결항 사태는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항공사들의 안전 관련 투자액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가 항공사들이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57억여원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은 정비·보급 관리시스템(SAP ERP) 구축에 20억원(소프트웨어 15억원, 하드웨어 5억원)을, 진에어는 31억1128만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은 안전보안보고(SSR) 시스템 강화에 2억원 등 총 4억1800만원을, 에어부산 1억700만원, 이스타항공 7425만원에 그쳤다.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저가 항공사들의 사고가 잇따르자 이들 6개사를 대상으로 1주일여 동안 전반적인 안전관리실태와 규정준수 여부 등을 심층 점검하는 등 특별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당국은 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적발사항이 있을시 해당 항공사에 대해 징계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각 항공사별 구체적 안전점검 내용은 '업무상 비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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