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록 있는 배우 신구와 손숙의 출연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바로 옆집에 아니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처럼 자신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진다.

제 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연극으로 탄생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덤덤하지만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아픈 아버지를 위한 작가 개인적인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그리움이 사무치는 곳이 있어도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으로 탈고했다는 작품이다.

특히 화려한 뮤지컬과 달리 소박한 공연장에서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연극인만큼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감동을 더 한다. 배우들의 대화와 손짓, 몸짓 그리고 표정하나하나가 살아있어 무엇보다 ‘디테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주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역의 신구와 어머니 홍매역을 맡은 손숙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으며 아들역의 정승길, 며느리역의 서은경, 이웃집 아저씨역의 이호성이 함께 조용하고 덤덤하지만 아름다운 무대를 꾸몄다.

이들의 대사 하나하나도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신구가 말하는 “동하가 쎄. 착한거야. 착한게 쎈거야. 착한게 결국 이겨. 동춘이 보다 나아. 착한게 똑똑한 거야.”라며 겉으로 큰 아들을 챙기지만 이 말속에 둘째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픈 남편을 바라보는 어머니 홍매역의 손숙은 “저 양반이 간다고 하이, 막상 그러고 보이, 많이 불쌍하고 많이 아파. 내가 아파. 기운이 쭉 빠지고 서러버. 그냥 서러버. 저 양반이 없다고 생각하이 아들 앞에서도 며느래 앞에서도 기를 못 펴겠어. 기운이 없어. 그 지겹던 양반이 나한테 그런 힘이었다고 믿어지나? 이상하제.”라고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을 느끼게 한다.

어떤 화려함도 그렇다고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시대를 그리고 앞선 시대를 살아간 우리 아버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가슴 아프지만 정말 아픈 눈물이 아닌 고마움과 아쉬움의 눈물로 사람 냄새가 나는 무대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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