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하루 전 예약을 해도 저녁약속을 잡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당일 오후 예약하지 않아도 갈 수 있을 만큼 한가하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망하거나 위축되는 것 아니냐."

지난해 연말 송년회 만난 국내 증권사 펀드매니저의 말이다. 증권사에 15년을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이 매니저는 최근 몇년사이 부쩍 달라진 송년회 자리 분위기를 전해줬다.

"5년전만 해도 장 마감이 끝난 오후 3시면 저녁 송년회를 보내기 위해 가게마다 사람이 그득했다. 12시가 넘어 영하의 날씨에도 송년회 자리는 이어졌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안좋아지고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부쩍 줄어들면서 송년회 횟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밤 10시가 되면 여의도는 사람이 없다"고 그는 전했다.

영상의 날씨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경제 체감온도는 오싹할 정도로 차갑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 금융 중심 여의도가 죽고 있다.

송년회는 물론 그 흔한 회식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면서 가게에는 빈 곳이 보이며 하루가 멀다하게 망해서 다른 가게가 새롭게 문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여의도가 이러할 진대 다른 곳은 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여의도 분위기가 좋지 않음은 가게 뿐 아니라 여러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증권사다. 표면적으로 볼 때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돈을 벌 곳이 마땅찮은 것이 더 문제다.

한국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비우량 등급(A등급 이하) 회사채의 발행과 유통이 위축되는 현상이 우량 등급(AA등급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량등급이 작년 1분기 3조원, 2분기 3조6000억원에서 3분기엔 8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우량등급 회사채의 작년 3분기 순발행액은 2012년 2분기 1조8000억 원어치가 순상환된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회사채 발행이 줄었다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검찰조사로 인한 블록딜(대량매매) 거래도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사정 기관에서는 연일 강도 높게 기업들의 주가 조작을 빌미로 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과 개인은 투자를 꺼리게 되고 증권사들은 수익 낼 방안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찬바람을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돈이 증권사를 통해 투자로 이어지며 피의 혈관처럼 돌아야 하는데 정부의 규제와 사정당국의 조사로 인해 위축되며 막혀버리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금융중심지인 여의도도 죽어가고 있다.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말 그대로 '새로 시작하는 해'이다. 올해는 지난해 다른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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