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제안을 포함한 당 활로 모색방안에 대한 고심을 마치고 29일 오전 국회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당내 제 계파가 모두 안 전 대표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이날 안 전 대표의 답변은 당 내홍 수습 또는 논란 확산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도체제 개편 제안에 무게가 실리며 당밖 세력까지 포함한 야권재편이 촉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 혁신방안을 내놓고 당 혁신을 주창해온 안 전 대표가 '문안박연대'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기류가 측근들 사이에서는 강한 상태다. 당내 비주류 성향 의원들도 문재인 대표의 '들러리'가 될 것이라며 거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문 대표 제안을 명분없이 거부할 경우 전직 지도부로서 당 내홍을 수습하기는 커녕 방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부분적 수용과 함께 제3의 선택, 혹은 '전격 수용'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지난 1월 전당대회 당시 당 혁신을 위해 대권주자들과 힘을 모으겠다며 '문안박 희망스크럼'을 제안했을 때부터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결단을 위한 숙고에 본격 착수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3가지 방향에서 당내외 세력이 통합할 수 있을지를 두고 문안박연대를 대입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3가지 방향이란 문안박연대가 △혁신할 수 있는 체제인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제인가, △당 통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체제인가 하는 3가지 관점으로 요약된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안 전 대표는 본인이 제기한 3가지 혁신과제에 혁신과 통합을 이뤄내고, 총선 돌파 카드로 유용히 쓰여질 '플러스 알파'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 가운데 문 대표가 문안박연대를 제안해 같이 검토하는 중이고,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29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천정배 무소속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을 비롯해 당내외 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해 야권재편의 방아쇠가 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전망된다.

이 측근은 또 "당 바깥 천 의원 등도 다 통합해야 하고, 호남 민심이 이반돼 있으니 적어도 '호남 신당'이 만들어지면 안 되는 것"이라며 "통합전대 등은 문안박연대와 똑같은 (고민) 선상에 올라갔고, (주류·비주류 등) 당내 세력을 모두 통합시킬 안이 아닌 건 분명한데 가닥은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기 선거대책위원회에는 부정적 분위기다.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하기 앞서 당 체질을 변화시킬 토대를 닦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해서다.

의원실 관계자는 "(안 전 대표 결단은) 비상대책위원회나 통합 전대가 될 수도 있고, 제안의 방향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상이할 수 있다"며 "총선 승리를 이루려면 조기선대위보다 먼저 체질을 바꿔야 한다. '선거체제 전환'은 과거에도 반대했고 안 전 대표 선택지에도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안 전 대표 측에는 '문안박연대'의 호남 배제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어 이같은 의견이 결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안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문안박연대를 수용하면) 공천 나눠먹기냐는 말이 당장 나올 텐데 총선 패배 가능성이 큰 상황에 그러면 더 힘들어진다"며 "당이 정말 혁신하려면 호남을 배제하고 지도부를 새로 구성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 본인의 거취나 문 대표의 퇴진, 2선 후퇴 등 개인적 문제는 이날 거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안 전 대표는 당을 어떻게 살릴지만 고민하고 있다. 모두 진짜 헌신하고 희생해야 당 내부와 바깥에서 최대한 폭넓게 야권통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본인 출마여부 등과 문 대표의 2선 후퇴는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릴 해법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른 측근들도 "안 전 대표 본인의 탈당이나 분당 (참여), 총선 불출마, '적지 출마' 등은 다른 문제", "안 전 대표는 본인 거취도, 문 대표 사퇴도 일관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 측은 입장발표 전 문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요청이 오면 만나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한편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오는 12월 '제3지대 신당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문안박연대가 엎어지고 당 혁신도 실패로 판단되면 안 전 대표가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나온다.

안 전 대표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 결단에는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 문 대표 제안은 레토릭일 뿐으로 진정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내부에선 제3지대(신당)을 얘기하고, 그렇게 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전격적으로 문 대표와 함께 혁신을 이끌어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문 대표가 진심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실천하는 모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제"라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결단 표명 뒤 오는 30일에는 야권 심장부인 광주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구체적 혁신 추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이날부터 광주에서 1박2일간 머무를 예정으로, 혁신과 관련한 의견을 폭넓게 듣고 호남 민심 이반을 타개할 방안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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