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총선이 코앞인데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표가 몇장인데. 아마도 연말이 지나면 구조조정 이야기는 없었던 이야기가 될 겁니다.”
 
조선·철강·해운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칼날이 향하고 있는 가운데 한 대기업 임원의 일침이다. 자고 일어나면 조선 해운 업종의 기업들에 대한 합병과 매각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두 민간기업에 대해 강제합병안 까지 나오면서 관련업계는 뒤숭숭하다.
 
매각과 합병설이 나오는 기업은 한결같이 “논의된 바 없다”라고 해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밝히며 구조조정 없이는 ‘미래도 없다’를 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채권단의 지원 없이 기업 존속이 어려우면 대상이 된다. 
 
공급과잉에 우리나라끼리의 수주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응당 필요하다. 사실 조선업체들이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해양플랜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수주경쟁이다.
 
지난 2010년 컨테이너선 등 상선 수주가 줄어들면서 미래 먹거리로 해양플랜트가 나왔다. 드릴쉽 등이 좋은 수익을 안겨주면서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설계기술는 조선 3사는 저가 수주 경쟁을 펼쳤고 결국에는 영업적자로 나타났다.
 
당시 발주사들이나 설계회사 등은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한국 조선소 밖에 없는데 왜 더 싸게 만들어 주겠다고 경쟁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갸우뚱 할 정도였다. 공급과잉이 온 폐해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의지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며 큰 소릴 쳤지만 사실 진행된 것은 없다. 대우조선해양도 4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 지원으로 마무리 됐다. 용두사미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이다. 모든 이목이 총선에 쏠려 있고 한 표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 후보자들은 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직원 해고가 수반될 수 밖에 없어서다. 특히나 조선 철강 해운 업종은 노동집약적 산업 특성상 대량 해고가 부득이하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대기업 한 임원은 “구조조정의 최 일선에 서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마저 총선 출마를 염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공무원이 자신의 손에 피 묻히는 일을 하겠느냐. 결국 구조조정의 의지는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역대 정권이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실패했다. 그때 마다 선거가 걸림돌이었다. 연말만 넘기면 백짓장이 된다는 말이 기업에서 나오는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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