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서 김구림 개인전 열려…갤러리 아닌 미술관서 첫 전시

▲ 김구림 화백.(사진=김대희 기자)

“굴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 것 같아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김구림 화백에게는 예술에 대한 특별한 고집이 있었다. 굴하지 않고 남들이 어렵다 하는 걸 그는 다 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난 그는 알고 보니 화가가 되기 이전에 많은 꿈을 갖고 있었다. 한의사, 과학자, 소설가, 영화감독 등 수없이 변하다가 결국 화가가 된 것이다. 자신이 혼자 잘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림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많은 문화를 체험했어요. 수많은 꿈들이 있었지만 화가가 되면서 통역과 번역도 필요 없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겠다 생각했죠.”

▲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SeMA Green 김구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시장 전경.(사진=김대희 기자)

혼자 보고 직접 작업을 해온 그는 모든 작품이 체험 속에서 나온다고 얘기할 만큼 예술적 감각도 타고 났다.

그는 1936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스스로 독자적인 창작의 길을 개척해 회화68, A.G.그룹, 제4집단 등 한국전위예술의 흐름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그룹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또한 회화와 조각에만 집중되어있던 한국의 60-70년대 미술계에 해프닝, 설치미술, 메일아트, 바디페인팅, 대지미술, 실험영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활동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SeMA Green 김구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시는 김구림의 작품 세계 중 1960-70년대 실험 작품들을 위주로 선보이며 발표 후 유실된 작품들과 에스키스로만 존재하고 기술적인 혹은 현실 제약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작품들이 비로소 제작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SeMA Green 김구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시장 전경.(사진=김대희 기자)

특히 69년에 제작되어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개 상영된 후 원본이 유실된 한국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를 16mm필름으로 복원해 선보인다.

이 밖에도 1968년에 발표됐으나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한국작가11인전’을 마지막으로 분실된 한국최초의 일렉트릭아트인 ‘공간구조’와 1970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초대됐으나 주최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거당한 거대 얼음설치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D’ 등이 전시된다.

전시제목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홍상수 감독의 동명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에서 차용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 미술사에서 심도 있게 조망 받지 못한 한국의 실험미술과 김구림이 건네는 해학과 풍자의 메시지이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전후 한국미술사에 대한 재조망의 일환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미술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2012년 봄부터 SeMA 삼색전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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