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6월을 맞은 세무관서는 지난달 끝났어야 할 일부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에 대한 신고기간이 연장되고 종합소득세 신고에 따른 후속처리 업무가 겹치면서 바쁜 달이 됐다.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연말정산 재정산을 어떻게든 6월 10일 지급명세서 제출기간 이전에 마무리해야 하고. 성실신고 대상 사업자에 대한 세무신고를 완료해야 하니, 바빠진 일정 뿐만 아니라, 거래처에서도 추가로 요청할 수 없는 직원들 인건비 지급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 셈이다.

반면 국세청의 경우 납세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원체 크다가 보니, 할 말을 줄이고 좋은게 좋다고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과세관청에서는 세무관련 차세대시스템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 정상화됐다고 말하지만, 그 불편함을 겪은 납세자와 국민들, 그리고 연말정산 재정산으로 고충을 받은 납세자들의 허탈감, 그리고 잃어버린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국가 시스템이 가진 비효율성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업무상의 불편은 물론 추가적인 비용발생의 요인을 끼쳤음에도, 어느 하나 책임질 사람 없고, 사과하는 사람조차 없다.

이런 와중에 과세관청의 관료들은 차세대시스템과 연말정산 재정산의 안정적 마무리의 자찬에 빠져있고, 대규모 승진에 자축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은 그냥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더 이상 지쳐서 아무도 말하지 많고, 속내를 숨기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표출하는 것이 세무서를 방문해 큰 소리를 치고, 조그마한 과세 건에도 죽느니 사느니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인다. 결국 일선 관서들은 이래저래 납세자들의 성토장이 되고 있다.

더욱이 어려운 내수경기에 메르스 확산으로 유원지마다 주말 행사를 취소하는 것을 보면, 사업하는 사람들의 슬픈 한숨을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부족한 세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금을 내기조차 어려운 납세자에게 전화를 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매출채권의 압류로 거래처까지 끊기고, 직원들의 인건비를 주지 못한다는 납세자를 설득해야하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십 수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은 체납정리시스템을 보면서, 국세행정의 효율적 업무집행이란 무엇일까 자문하게 된다. 이런 생각에 더욱 국가가 걱정되는 우울한 6월이다.

(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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