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위헌 시비가 일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을 강력 시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가) 공무원연금법안 처리 과정에서 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해 위헌 논란을 가져온 국회법까지 개정했다"면서 "정부로선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령(법률 시행령) 등의 행정입법이 상위 법률의 취지 등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소관 기관에 그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정부로 이송될 예정. 그러나 청와대는 이 법안 내용이 "법원의 법령 심사권과 정부의 행정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도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되지 않아 '경제 살리기'의 발목이 잡혀 있고, (국회에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려 있는 게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정부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한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과 우리 경제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에 따라 앞서 야당과 이 법안을 합의 처리했던 여당의 향후 대응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재적의원(298명) 3분의2를 넘는 211명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이 법안의 재의(再議)를 요구하더라도 앞서 여야가 합의한 '원안'대로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시비와 더불어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권이 '강제 조항'인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표출됨에 따라, 일각에선 "실제 법안의 재의가 이뤄질 경우 가결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개정된 법 조항의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 입장이 먼저 통일돼야 한다"(민경욱 대변인)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채 공포 시한(15일 이내) 내에 재의를 요구함으로써 국회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정부나 국회는 국민이 지지해주고, 국가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 존재 이유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서로 존중하고 순환할 때 국민도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와 관련해선 "정부는 법안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후속조치를 신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비롯한 나머지 과제들도 속도감 있게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와 관련,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더 이상의 확산과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도록 민·관(民·官) 합동 대책반과 지자체가 총력 대응해줄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경우엔 단 한 사람도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외국 사례와 달리 전파력이 높아진 원인도 철저히 밝히기 바란다"며 "국민을 불안케 하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도 신속히 바로잡고, 일상생활에서의 예방법도 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재정누수, 예산 낭비는 재정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해악(害惡)"이라며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을 앞두고 각 부처가 재정개혁에 전력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 북한이 내부 숙청으로 '공포 정치'가 극에 달해 있고, 핵 개발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시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 수석들은 이 점을 유념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도 말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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