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평가액 1조5천억원…국내 첫 회고전으로 어떤 결과 남길지 기대 반 vs 우려 반

 
전반적으로 침체된 미술시장에 비수기로 손꼽히는 여름. 갤러리들의 전시도 미술작가들의 활동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한 시기다.

이런 와중에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과 함께 20세기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 중 한명인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대표작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14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이 9월 29일까지 3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고갱 예술의 특징을 양분하는 브르타뉴 시기(1873~1891)와 폴리네시아 시기(1893~1903)의 대표작을 모은 국내 첫 회고전이다.

파리에서 태어난 고갱은 주식 중개인으로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1880년 ‘제5회 인상주의전’에 참가하면서 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타고난 색채 감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한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그림에 담아냈다.

그는 인상주의와 차별되는 자신의 독창성을 자랑스러워했지만 비평가와 대중이 자신의 창조적 예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하기도 했다. 이후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타히티로 떠났다. 문명과 차단된 원시생활과 이국적인 매력에 빠진 그는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불행하게 말년을 맞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보험평가액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리 오르세 미술관, 모스크바 푸슈킨 국립미술관 등 세계 30여 미술관에서 빌려 온 60여점이 소개되는데 보험평가액은 자그마치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7년 반 고흐 전시가 기록한 1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로 전시사상 최고 보험평가액 기록을 세웠다.

▲ 서울시립미술관 고갱전 전시장 모습(사진=김대희 기자)

전시작 가운데 최고가는 보스턴 미술관 소장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왔는가’로 3000억 원의 가치가 매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고갱의 폴리네시아 시기를 상징하는 걸작으로 고갱 예술의 유언적 상징성을 지닌다. 폭 4m에 달하는 벽화 양식으로 고갱의 작품 중 가장 크며 지난 50년 간 단 세 번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갱의 작품은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고가에 속하는데 과연 이번 고갱의 국내 첫 전시가 침체된 미술시장에 어떤 결과로 남을지 기대된다. 다만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만큼 주최 측의 배만 불리는 전시로 끝날지 또 다른 메시지를 남기며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지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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