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4·29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로 인해 불거진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내 4선 이상 중진들까지 나서 수습책을 논의하고 문재인 대표에게 전달했지만, 당내 갈등의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공갈 사퇴' 발언으로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은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제출되면서 계파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분출되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다 보니 결국 문재인 대표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문희상 박병석 신기남 원혜영 이미경 정세균 추미애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 9명은 12일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최근 당내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범주류에 속하는 의원들인 탓에 '질서 있는 수습'에 무게를 뒀다. 참석 대상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모임에 불참했다.

국회 귀빈식당에서 2시간 가량 열린 조찬모임에선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고, 최근 최고위 사태와 관련한 정 최고위원의 사과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를 통한 당 정상화를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이같은 뜻을 문 대표에게 전달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문 대표의 '비선 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당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당 지도부는 의사결정을 공식기구를 통해 공개적으로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공식기구는) 당 일부나 언론에서 우려하는 소위 '측근 정치'를 포함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문 대표의 비선정치를 접으라는 요구라 할 수 있다.

조찬모임에선 문 대표 재신임 문제를 두고 고성이 나오는 등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진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펴자, "전대를 또 열자는 얘기냐"는 반박이 나오면서 일단 지도부 사퇴는 요구하지 않기로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박병석 의원은 이날 오전 문 대표를 직접 만나 모임 결과를 전달했다. 박 의원은 문 대표와 40여분간 만난 후 "가감없이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제 의견까지 해서 아주 거북할 정도로 솔직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겸허하게 수용할 게 있으면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목만목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두 개의 눈으로 보지만, 세상 사람들은 만개의 눈으로 본다는 뜻"이라며 "다름을 서로 이해해줘야 한다"고 당내 분열상을 우려했다.

당내 중진들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내홍은 커져만 가고 있다. 문 대표의 사퇴요구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반문(반문재인) 인사인 조경태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총선 전 이합집산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전국적으로 '천정배 신당'과 같은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사무부총장 출신 인사 4명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현 지도부의 총사퇴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정치연합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패권정치 청산을 수석최고위원이 요구했는데 (문 대표가) 열흘이 되도록 대답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 그래선 안 된다"며 "(문 대표가) 당을 살리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전날 문 대표와 짧게 회동한 사실을 소개한 뒤 "(지도부 책임론은) 문 대표와 지도부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지금 지도부에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얘기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들, 그에 따라 하나하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원탁회의 참여 여부에 대해선 "당의 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지역구인 여수로 내려가 있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 "일단 저는 사퇴한 것"이라고 사퇴 고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지도부 (총)사퇴는 원하지 않는다. 대표의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방법과 의지를 진정성 있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범주류의 한 축인 정세균 상임고문과 가까운 그룹에서도 문 대표의 사퇴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어 범주류의 균열 조짐도 엿보인다.

정 고문과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수습에서 실기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면서 "문 대표가 물러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갈 사퇴' 발언으로 당내 파문을 일으킨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제출돼 또 다른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비노 성향으로 알려진 평당원 9명은 11일 오후 늦게 정 최고위원 징계요구서를 공동 서명해 제출했다. 비주류 진영의 한 초선 의원은 "정 최고위원의 징계를 문 대표가 먼저 요청했으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주류에 속하는 강창일 의원이 윤리심판원장을 맡고 있어 정 최고위원의 징계안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비주류 진영에 있는 김동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최고위원의 출당 조치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가 결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범주류측에선 "정 최고위원의 사과로 최고위원간 갈등은 수습국면에 접어든 것", "상황을 더 악화시켜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어 징계 여부를 놓고 당내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당내 혼란 상황이 커지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내에선 "식물 지도부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 주변에선 정무직 당직자 일괄 사퇴 후 전면적 당직 개편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비주류측이 수용할지 불투명해 문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이제는 문 대표가 결정해야 할 일만 남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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