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8일에도 안개 속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야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따른 원내 대표단을 재구성하고 있는 터라 당장 협상이 재개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여야가 모두 연말정산 환급 관련 소득세법 등 민생법안을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같고, 야당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상향'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의 여지는 다소 커지고 있다.

아울러 여당에서도 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자체를 재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 나오는 점도 협상의 여지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야당을 향한 공세는 자제한 채 무산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존중한다는 입장으로 야당과의 협상 재개 타이밍을 저울질 하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은평포럼' 조찬강연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일절 야당을 비판하지 않겠다. 야당과 계속 대화를 하겠다"며 "협상과정 내막을 공개하고 서로 네탓 공방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을 여야가 '원점재검토'할 것이란 일부 시각에 대해선 "5월2일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2일 합의된 공무원 연금 개혁안 자체는 존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당 지도부는 그러면서 야당과의 협상 재개에 앞서 당의 입장을 명확히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타협을 위한 양보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관련 합의 내용을 아예 싫어하는 분들이 (당내에) 있다"며 "그렇게 다른 의견이 있어서야 어떻게 계속 (야당과 협상을) 하겠나. 월요일(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원칙과 방향이 뭔지 정하자고 이야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국회 규칙 명시' 주장과 관련해선 여전히 '여야 대표 합의사항에는 없는 내용'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연금개혁 협상과 관련한 다소 전향적인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소득세법과 상관 없이 처리할 수 있냐는 질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포괄적으로 빨리 해야 한다는 우리 의지가 있다"며 "우선 포괄적으로 요청을 하지만 좀 급한 것이 협상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연금 개혁안과 소득세법을 포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협상 진행 여부에 따라 처리 순서 상으로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11일 개회되는 임시국회에서 소득세법 등 시급한 민생현안들을 우선 처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앞서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적연금 강화 방안 중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과 관련해스는 "충분히 협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조율 여지를 열어뒀다.

물론 5월 임시국회를 열더라도 공무원연금개혁안과 연말정산 환급 관련 소득세법 등 민생법안을 포괄 처리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표의 강경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이 원내대표와는 온도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어렵게 이뤄낸 소중한 사회적 대타협을 폐기한다면 조세·노동·임금·복지 등에 필요한 사회적 대타협을 어떻게 시도할 수 있겠나"면서 "우리 당이 5월 임시국회서 반드시 처리하자. 4월 임시회에서 처리못한 민생법안도 함께 처리하자"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 개혁안 분리 처리를 요구하는 청와대를 향해 "여야 합의내용을 사전에 몰랐다는 청와대도 답답하기만 하다. 여당 내에서도 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 원내대표도 라디오에서 "4개월 동안 논의해왔던 것을 어떻게 한다고 바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미래를 향한 아주 예민한 수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발언이 확대 해석되는 데에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자주 대화하고 협상하겠다"면서도 "새누리당이 계속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분명하게 명확하게 싸워나갈 것이다고 말해 여야간 협상이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도 전화 연락을 이어가면서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선 "전화가 와서 서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해 5월 임시국회 소집에 앞선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구체적인 논의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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