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주요 요직이 소위 '모피아(옛 재무부(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으로 내정됐다.

지난 6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행시 24회)이 내정됐다. 당초 관료 출신 외부인인 신동규 회장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어 중도 사퇴한 까닭에 내부 출신이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개입설이 나오면서 회추위원들은 사실상 '합의'로 임 전 실장을 추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은 임영록 사장(행시 20회)이 꿰찼다. 모피아 출신이 회장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임 내정자는 이 날 오전 내정 발표 이후 첫 출근길에 나섰다가 국민은행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에 밀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김익주(행시 26회) 전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이 임명됐다. 여신금융협회장에도 김근수(행시 23회) 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이 선임됐다.

금융위 산하 금융 공기업 수장에도 관료 출신들이 자의반 타의반 거론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홍영만(행시 25회) 금융위 상임위원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에는 최경수(행시 14회) 전 현대증권 사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쯤 되면 신 회장의 선임을 포함해 다수의 모피아가 포진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관치'와 '낙하산' 왕국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이들은 금융 현업에 필요한 실무적 경영 능력이나 현장 감각을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이들의 관료 체질은 시대와 시장이 요구하는 혁신에 둔감하기에 국제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관료가 관료를 위해 주인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나라를 온통 그들만의 세상으로 만들게 해선 안된다. 이들은 어느 정권이든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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